지난달 12일 서울경찰청에 여경기동대가 창설된 후 여자경찰관들이 힘든 주말을 보내고 있다. 여경기동대 창설은 시위 현장에 여경들을 배치해 시위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겠다는 지도부의 지침에 따른 것. 기동대 규모는 2중대, 270여명으로 서울경찰청 소속 전체 여경숫자(647명)의 40% 수준. 서울경찰청은 이들을 1년동안 주말시위에 주로 투입할 계획이다.해당 여경들은 평일 근무시간에는 물론 소속 경찰서에서 정규 근무를 해야 한다. 주말 시위현장 근무는 전에 없던 「가욋일」인 셈이다. 민노총 집회가 열린 지난 주말처럼 대형시위가 있는 날이면 뒷정리까지 마치느라 밤늦게야 퇴근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혼해 가정을 갖고 있는 여경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평소 소홀히 했던 육아와 가사를 챙길 짧은 시간마저 빼앗긴다』는 것이 주된 목소리지만 남자동료나 상사의 무관심도 서운한 부분이다. 고충을 토로하면 『남자에 비하면 아직 힘든 것도 아니다』거나 『남녀평등을 외쳐왔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만 돌아온다는 것이다.
날씨가 풀리고 노동계가 긴장양상을 보이면서 4,5월에는 대형시위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경찰청 지시로 5월부터 각 지방경찰청 소속 여경들은 야간당직근무도 해야 한다. 결국 서울경찰청 소속 여경들의 짐은 점점 무거워져만 갈 것이다.
경찰 지도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시위현장 여경배치가 예상보다 큰 효과를 보이는 중』이라고 홍보하고 실제 시위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부의 작은 고충까지 살피는 것도 경찰이미지를 높이는 일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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