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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부자나라 벨기에의 자린고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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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부자나라 벨기에의 자린고비들

입력
1999.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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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석·KOTRA 브뤼셀무역관 과장세계 10위의 무역대국 벨기에 사람들이 얼마나 검소한지는 벼룩시장 「브로깡뜨(Brocante)」와 차고(garage)세일에서 잘 알 수 있다.

공공주차장같은 넓은 장소에서 매주 일요일 오전에 열리는 브로깡뜨는 인구 100만의 브뤼셀 수도권에서만 30여개가 생긴다.

브로깡뜨에서 물건을 팔거나 사는 사람들은 대개 지역주민들로 제법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부터 우리라면 도저히 쓸 수 없을 것같은 녹슬은 유리주사기, 다 떨어진 군화와 운동화, 심지어 입던 속옷 등 주로 생활용품을 서로 흥정하며 사고 판다.

처음에는 그 천연덕스러움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재미있게 여길 정도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매주 일요일 아침 브로깡뜨가 열리는데 현지인들의 생활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검소함을 깨우쳐주기 위해 일요일 아침마다 발디딜틈도 없이 복잡한 이곳을 헤집고 다닌다.

크리스털 재떨이를 2,000원, 세발자전거를 5,000원, 입을만한 면바지를 3,000원, 청동 전기스탠드를 깎고 깎아서 3만원에 샀다.

그리고 입던 옷이나 사용하던 전자제품 등을 자신의 차고에 쭉 펴놓고 동네사람들에게 알려 직접 판매하는 차고세일이 자주 열린다.

차고세일에 가 보면 동네사람들끼리 서로 필요한 제품을 교환하기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고 팔기도 하는데 이러면서 이웃간의 정을 돈독하게 한다.

이처럼 1인당 국민소득 2만4,000달러가 넘는 벨기에 사람들은 한번 산 물건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주인을 바꿔가며 쓰고 또 쓰는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소비문화와 비교를 하게 된다. 우리는 새 아파트의 내부자재를 모두 내다 버리고 고급제품으로 개조하는 것이 일부 계층에서 유행했고 몇백만원하는 고급 옷이 시판 몇시간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우리도 IMF체제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벨기에 사람들의 검소함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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