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00원의 급식비가 없어 물로 점심을 때우는 여덟살짜리 초등학생. 여자에게 2,000만원짜리 카르티에 시계를 선물하고 하룻밤 술값으로 수백만원을 뿌리는 스물아홉의 「황금족」.한국일보가 1면에 특금층 연재기획을 시작하고 사회면 머리기사로 결식학생 강정연(가명)군의 사연을 보도한 30일. 극명하게 교차하는 우리 사회의 양극단에 대한 격한 반응들이 편집국 사회부로 물밀듯 쏟아졌다.
강군을 돕고 싶다는 독자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연민과 슬픔에 잠겨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산다는 독자(39)는 『너무 속상해서 전화했다』며 『담배를 끊어서라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한 주부는 『생필품을 보내고 싶다』며 거의 울먹였다. 순천향병원 피부과 의사들과 가수 박승진씨도 사랑의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특금층기사에 대해 전화를 걸어온 목소리들도 역시 떨고 있었다. 『IMF인데 이래도 되느냐』는 분노가 노도처럼 밀려왔다. 『특금층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이 아니라 실명으로 공개해야 한다』『관계 당국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쇄도했다. 특금층과 비슷한 또래라고 밝힌 한 남자는 『그들이 별종이냐, 아니면 지금이 말세냐』고 통탄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믿기 힘들다거나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신중한」 지적도 있었다.
한편의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특금층들은 그들의 성채 위에서 「만만한」 세상을 굽어보고 있고 성채 아래에서는 끼니를 걸러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아픔. 문제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초현실주의의 그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사회부 윤순환기자 sh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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