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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난민르포] "친했던 이웃이 인간사냥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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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난민르포] "친했던 이웃이 인간사냥꾼으로"

입력
1999.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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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인들은 미치광이로 변했어요. 그동안 우리의 좋은 이웃이었어요. 하지만 오늘 아침 세르비아인들은 군인들과 함께 「인간 사냥」을 시작했어요. 그들에게 돈을 집어주고서야 간신히 가족들을 빼냈어요』르몽드를 비롯한 프랑스 언론들은 29일 코소보 난민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을 르포형식으로 크게 다뤘다. 가까스로 몬테네그로와 마케도니아로 탈출한 알바니아계 난민들의 증언은 전쟁과 인종청소의 공포를 가감없이 전해주고 있다.

어린 자식과 함께 도망나온 한 여인은 「인간사냥꾼」으로 변한 옛 이웃의 변신에 치를 떨었고 한 난민은 마을 곳곳에 시체들이 널려있었다고 몸서리쳤다.

한 소녀는 『검은 군복차림의 청년들이 난입해 돈과 귀금속을 빼앗은 뒤 「생명을 부지하려면 코소보를 떠나라」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추방명령을 받더라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른바「탈출세」를 내야 한다. 코소보 국경도시 펙에서 탈출한 한 난민은 『유고 당국이 인정한 피란로를 이용하려면 경찰에 탈출세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피란길에 오를 때 가져가는 물건이나 자동차를 보고 경찰이 300~1000독일마르크의 탈출세를 요구한다』고 폭로했다.

탈출세를 내지 못할 경우 안전한 길을 이용할 수 없고 무작정 산을 타고 도망쳐야 한다. 물론 잡히면 모든 것을 각오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산으로 향하는 난민이 펙일대에서만 수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에겐 탈출이 목숨을 건 무모한 도박행위다. 프리슈티나에서 지난주말 탈출에 성공한 N부부는 『아내가 국제인도주의 단체의 직원이었고 나는 기자였기 때문에 우리부부는 처형리스트의 첫부분에 올라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식인과 야당 정치인, 외국기관및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1차 사냥감』이라고 말했다.

난민의 소망은 나토 지상군의 투입이다. 『유고군은 이미 민간인 주거지역의 아파트와 학교로 옮겨 코소보 일대의 병영과 군 막사는 텅텅 비었어요. 나토의 공습은 유고군에게 알바니아 주민을 학살, 추방하는 명분을 줄 뿐입니다』 한 난민은 나토의 공습이 이제 효과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며칠동안 수천명의 알바니아계 주민이 마케도니아의 난민수용소에 합류했다. 이중에는 세르비아계 주민도 수백명이 끼여있다. 인구 200만명의 마케도니아에 지난 1년간 유입된 코소보 난민은 공식적으로 1만2,000명. 그러나 실제 난민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2만이상이 마케도니아의 알바니아계 사회를 중심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도니아측은 코소보 난민이 앞으로 10만명으로 늘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리=송태권특파원 songtg@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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