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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멜로드라마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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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멜로드라마란 무엇인가'

입력
1999.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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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한다. 즐겁고 행복한 나날. 그러나 아이까지 낳고 보니 그 남자는 유부남이었다. 다른 한 여자. 자기 인생까지 포기하고 한 남자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결국 돈 많은 집안을 찾아 여인과 사랑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눈물과 한숨, 비통, 남자에 대한 증오.「멜로드라마」. 우리 영화사에서, 방송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장르의 하나. 하지만 대중의 감정에 즉흥적으로 호소하고 여성의 「얄팍한 로맨티시즘」을 자극하는 통속 문화로 비판받는 드라마.

「멜로드라마란 무엇인가」는 현대적인 극영화가 도입된 이후 거의 포장만 바꾸고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멜로드라의 실체를 파헤친 책. 동국대 유지나(영화평론가)교수 등 8명의 영화 연구자들이 썼다. 한국의 멜로드라마는 「미워도 다시 한 번」같은 가부장제 불행을 다룬 고전 장르로 성립되었다가, 「접속」 「편지」 등의 형태로 발전해 가는 중인가, 멜로드라마는 저급하다는 비판은 정당한가에 대한 대답이다.

필자들은 멜로드라마가 한국 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를 자극적으로 수용, 전파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복의 잠재력을 가진 장르로 본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는 알튀세르의 말대로 멜로드라마에도 문화 생산의 정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에 나타나는 모순되고 불안정한 세계, 개인과 사회의 갈등하는 틈새. 그 속에서 사랑의 정서 과잉 상태로 포장한 성 정치학의 세계를 폭로하고 도덕률과 개인 삶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자유부인」에서 「접속」까지 우리의 멜로드라마는 할리우드가 1930년대 철저히 여성용 영화로 기획하고 소비시킨 멜로 영화의 유형을 따라왔다는 비판도 면할 수 없다. 문제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가능성이 보였던 절제된 사랑, 사랑의 사회적인 의미만을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멜로드라의 전형을 만들자」는 영화 연구자들의 바람이 담겨 있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한국 멜로드라마 계보

주 제 영 화

연애와 불륜 자유부인(58년) 맨발의 청춘(64년) 겨울나그네(86년)

기쁜 우리 젊은 날(87년) 접시꽃 당신(89년) 편지(97년)

8월의 크리스마스(98년)

가족·모성·부성 미워도 다시 한번(68년) 장남(84년) 아버지(97년)

섹스 모험담 별들의 고향(74년) 영자의 전성시대(75년) 겨울여자(77년)

매춘(88년) 창(97년)

인생유전 김약국집 딸들(63년) 길소뜸(85년) 수잔브링크의 아리랑(91

년) 명자, 아끼꼬, 쏘냐(92년) 두 여자 이야기(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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