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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한구절] "우주는 멀티버스다" 이광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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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한구절] "우주는 멀티버스다" 이광모감독

입력
1999.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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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우주관의 문제와 세상 사람들과 자신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는 문제는 한 사람의 인생관과 인생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중심축이다.미국유학 시절, 수업시간 중에 들은 「멀티버스(multi_verse)」라는 말은 사회와 문화와 예술과 인간,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 온 의미있는 구절들 중의 하나이다.

『하나의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라는 단어는 인디언들의 말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우주를 가리키는 단어는 「멀티 버스」이다』

우주는 하나의 구성원리에 따라 수직적인 체계로 이루어진 집단이 아니라, 각기 다른 구성원리에 따라 수평적인 체계로 이루어진 소우주들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내가 가진 가치체계가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타인들의 가치체계가 나의 것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구성원리와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바깥에 또 다른 우주와 가치체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로 하여금 이분법적이고 경직된 사고체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는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적이고 폭력적이면서도 유아적인 기준들과 태도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조장하는 사회적 제도와 관습들이 곳곳에 만연돼 있어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이분법적인 사고체계의 덫으로 빠져든다. 모든 개체들을 수직적으로 획일화하려 하고 모든 것에 대해 이분법적인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경향이 수그러들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멀티 버스(multi_verse)」라는 구절은 나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지키게 해주는 방패와 같은 것이다. /중앙대영화과교수·「아름다운 시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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