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리사와 함께 「탁구계의 여왕」으로 군림해온 정현숙(47)씨. 쉰이 가까운데도 전성기때 눈길을 끌던 소녀다운 풋풋한 외모가 여전하다.평생의 감격으로 남아 있는 73년 4월 유고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대표팀 주장으로 숙적 일본을 3-1로 물리치고 단체전에 우승했을 때의 벅찬 기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26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또다시 유고(4월26일·베오그라드)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고 했지만 「전쟁」(코소보사태)으로 취소돼 묘한 느낌도 없지 않다.
숙명의 라이벌 이에리사(현대감독)가 원숙미를 더해갈 즈음 그는 결혼과 함께 76년 홀연히 탁구테이블을 떠났다. 그후 15년간 탁구를 잊고 살았다.
『우승에 대한 중압감과 경기에 대한 긴장감에서 벗어나니 탁구공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지만…』 탁구와의 연을 끊을 수 없었을까.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참관 당시 중국의 활발한 생활체육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곧바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정현숙 탁구교실」을 열었다. 「국가대표출신」이라는 자존심을 접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주부를 대상으로 탁구를 가르쳤다. 이것이 기폭제가 됐던지 구청 등 여기저기서 일반인 대상의 탁구교실이 열렸다. 지금은 잠실종합운동장과 송파복지관에서 탁구교실을 열고 있다. 송파복지관은 어머니가 아닌 노인대상. 올해초 처음 시작했다.
정씨는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일반인이 코치자격을 따는가 하면 생활체육대회에 60대이상의 노인들이 선수로 출전해 기량을 겨룬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의 체계나 저변확대가 아직 선진국만큼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충청대 사회체육과에서 주당 한차례 생활체육 강의를 하며 예비지도자를 키우는 일도 한다. 일본처럼 일반인도 선수 못지않은 경기를 갖도록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생활체육대회를 여는 것이 엘리트선수출신 「생활체육지도자」로서 그의 꿈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