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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세상] 별난 메뉴 튀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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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세상] 별난 메뉴 튀는 음식

입력
199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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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뉴 자주 드세요?』『서너번째쯤 될 걸요. 재밌고 특이하잖아요』.

『맛은요?』

『겉모양뿐이라면 다시 찾지 않았겠죠』.

늦은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주점식 레스토랑 「비어페스타」. 주문한 메뉴 「폭탄주먹밥」이 나오자 삼삼오오 둘러앉은 20대 초반 여성고객들의 입가에 생기가 돈다. 흰 접시 위에 올려진 대포알 모양의 검은 주먹밥. 김으로 둥글게 만 표면은 참기름을 발라 금속처럼 반짝거린다. 도화선처럼 타들어가던 폭죽이 꺼지자 식사 시작. 나이프로 절반을 가르니 신 김치에 참치, 돼지고기를 곁들인 붉은 빗깔의 김치볶음밥이 나온다. 가운데는 「작약(炸藥)」에 해당하는 삶은 계란도 숨어 있다. 폭탄밥을 반으로 가를 땐 노른자까지 정확히 자를 줄 알아야 단골 고객이다.

폭탄주먹밥(5,500원)은 압구정동의 음식문화를 선도한다는 이 식당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중 하나. 변화무쌍한 고객들의 입맛을 따라잡기 위해 6개월마다 한번씩 20∼30개의 메뉴를 갈아치우고 있는데도 2년 넘도록 메뉴판을 지키고 있는 장수품목이기도 하다. 이밖에 새둥지처럼 꾸민 감자채 튀김 위에 야채·닭고기·메추리알을 넣고 매실소스를 얹은 「둥지위의 샐러드」, 나무 도마에 60㎝길이의 돈육소시지를 내놓는 「한국에서 제일 긴 소시지」등이 이 식당의 인기메뉴.

바야흐로 음식도 톡톡 튀어야 잘 팔리는 시대다.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맛과 생김새가 독특해야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 정통요리대신 동서양의 조리법을 혼합한 퓨전푸드가 각광받는 것도 단적인 예. 「잘 나간다」는 식당들은 부설연구소까지 갖추고 새롭고 독창적인 메뉴개발에 여념이 없다.

퓨전푸드 전문레스토랑 「시안」(강남구 청담동)의 히트메뉴는 얼큰한 매운탕거리로만 알려진 메기를 통째로 기름에 튀겨내는 「통메기」(2만6,000원). 메기를 하루정도 마늘에 재웠다가 전분을 입혀 튀긴 뒤 레몬·고수와 함께 초간장소스에 찍어먹는 요리다. 주방장은 『평소 민물고기를 싫어하는 젊은 여성들도 이것만은 즐긴다』고 전한다. 역시 청담동에 위치한 퓨전레스토랑 「라인클럽」에서는 생야채·배·무즙등 한국식 육회양념에 서양식 스테이크를 혼합한 「조로의 번개검법」(2만8,000원), 끓는 물에 살짝 익힌 돼지고기에 바삭바삭한 강원도산 감자채 튀김을 곁들인 「서유기 강원도편」(1만3,500원)을 고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

명동 이대 대학로 여의도등에 4개 체인을 둔 스파게티전문점 「스파게띠아」는 얼큰한 국물이 있는 짬뽕식스파게티 「빼쉐」(9,600원)와 매콤한 고추장스파게티 「만조」(9,800원)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스파게티 본래의 맛은 유지한 채 전혀 색다른 감각을 가미해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다는 게 업소의 자랑.

정통요리를 고집해온 호텔들도 아이디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웨스틴조선 이탈리아 식당 「예스터데이」는 기름을 뺀 북경식 오리고기를 얹은 「피킹덕 피자」와 느끼하지 않은 「김치피자」를 개발, 올해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제 요리에서도 고객을 끌기 위한 키워드는 「아이디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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