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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후유증앓는 경찰] 수사 '구멍' 치안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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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후유증앓는 경찰] 수사 '구멍' 치안 '흔들'

입력
199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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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강이 흔들리고 수사축이 무너지고 있다. 이달 초 단행된 경찰사상 최대규모의 인사 후유증으로 수사 지휘·보고체계는 엉망이 됐고 수사력과 범죄첩보 수집능력도 우려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경찰수뇌부는 시위현장 여경배치 등 「이벤트 만들기」에만 열심이고 일선서들도 덩달아 「이벤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당연히 민생치안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수사축이 흔들린다 『정기인사에서 베테랑 형사들이 무더기로 전보돼 수사가 되지않고, 신참자가 많아 관내 치안특성을 파악하기는 커녕 수사지시를 하면 관내 지리부터 되묻는 지경이다』「사건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경찰서 간부의 푸념이다.

3월초 단행된 인사에서 서울경찰청의 경우 경위이하 경찰관의 30%에 이르는 5,000여명이 자리를 옮겼다. 특히 이른바 「물좋은 부서」 근무자 전보원칙에 따라 무려 2,500여명이 서를 옮겼다. 때문에 치안수요가 많은 일부 경찰서는 형사·방범·교통계 등 대민부서 직원 절반가량이 바뀌고 베테랑급 형사 상당수가 빠졌다. 경찰 관계자는 『순환근무 취지는 좋으나 워낙 대폭 인사 뒤끝이라 조직안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 농협금고 탈취사건을 맡은 영등포경찰서가 대표적인 경우. 사건 최초신고 접수자인 파출소 직원과 형사과장·계장이 인사 전입자들이어서 상·하급자간 손발이 안맞는 등 초동수사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강남의 부녀자연쇄 납치사건도 강남서와 서초·방배서 등 3개서가 공조하고 있지만 발생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종암경찰서는 최근 3인조 경찰사칭 금품절취사건이 빈발하고 있지만 목격자 진술을 통해 범죄 용의차량까지 파악하고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실정이다.

치안은 뒷전, 이벤트 만능풍조 이무영(李茂永)서울경창청장의 「서장 귀가」허용이후 서장실 부속숙소에 머무르는 서장은 거의 없고 퇴근이후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시위진압 무탄(無彈)지침」이후 집회·시위 진압에 최루탄 대신 곤봉 사용이 잦아 서울청장과 동대문·남대문서장, 경기 성남중부서장 등이 민중기본권보장 공대위와 실업단체 등으로부터 폭력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 한 경찰 경비간부는 『수뇌부의 무탄 의지가 워낙 강력해 문책이 두려워 웬만한 시위·집회에는 최루탄을 휴대하지 않는다』며 『시위대와 몸싸움이 벌어지면 부득이 방패나 곤봉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 지도부의 「쇼맨십」은 일선 경찰서로 파급돼 간부회의의 의제가 「홍보 묘안찾기」가 된 지 오래. 일부 경찰서는 최근 업무중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호텔 서비스맨을 초빙해 친절교육을 벌였고, 당직형사들에게 양복근무를 지시해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또 일부는 지난달부터 고소·고발서류 대서제를 시행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적이 거의 없는 상태. 한 직원은 『고소인의 입장에서 고소장이 작성돼야 하는데 경찰관이 대서할 경우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성하게 돼 오히려 반발을 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강 엉망, 축소·늑장보고 다반사 경찰청과 지방청, 일선서 지휘·보고체계도 엉망이다. 영등포 농협금고사건의 경우 치안총수가 사건발생 이틀 뒤에야 보고를 받는가 하면 홍재형전부총리 테러사건은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사건을 인지, 진노하는 웃지못할 일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영등포 농협사건의 늑장보고 책임을 물어 수사책임자에 대한 감찰조사를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지방청장의 서장·파출소장 업무불만 청취 등 소원수리가 유행이 돼 서장들도 일선 직원을 대상으로 「계·과장에게 바라는 점」등을 조사, 간부가 부하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일도 빈발한다. 경찰 한 관계자는 『친절도 좋고 홍보도 좋지만 본연의 임무가 제대로 이뤄져야 빛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term@hk.co.kr 황양준기자 yj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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