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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영주 바이올린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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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장영주 바이올린독주회

입력
199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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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의 25일 서울 독주회를 지켜보는 마음은 흐뭇했다. 80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스물. 신동 딱지를 뗀 지는 이미 오래 됐다. 당당한 한 사람의 음악가로 성장, 거인의 면모를 띠어가고 있다. 그동안 자주 내한, 오케스트라 협연을 했지만 독주회는 6년 만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팬들로 꽉 찼다.4월 2일까지 서울과 지방 5개 도시를 도는 이번 순회 연주 프로그램은 비탈리의 샤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내림마장조,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2번, 쇼팽의 녹턴 올림다단조,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

첫곡으로 비탈리 샤콘을 연주했다. 「처절한」 「지상에서 가장 슬픈」등 이 곡에 따라붙곤 하는 꾸밈말과 달리, 장영주의 그것은 중용으로 정제된 눈부심이었다. 과장하거나 감정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대범하게, 유유자적 풀어갔다. 피아니스트 박은희는 『저 나이에 어쩌면 저렇게 침착하게 연주할 수 있을까. 한 60세 쯤 된 대가의 연주를 듣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 짙은 맛은 덜 했지만 감정과잉보다 그러한 균형감각이 더 미덥다. 그의 음악이 흔들림 없이, 점점 깊이를 더할 것임을 예감케 하기 때문이다.

슈트라우스와 프로코피에프에서도 그러한 평정과 대담함이 두드러졌다. 슈트라우스의 소나타에서는 슈트라우스 특유의 선율미를 이지적인 해석으로 살려냈다. 특히 노래하듯 흘러가는 아름답고 느린 2악장에서 보여준 화평정대함은 우리 전통음악 중 정악에서 맛보는 평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2번에는 기교를 자랑하며 활기차게 치달리는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오는데, 장영주는 당당하고 거침없는 연주를 들려줬다. 음악의 큰 틀을 여유있게 그려가면서 세밀한 표현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강약과 완급의 조절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끝곡으로 지고이네르바이젠 연주를 마치고 함박웃음을 짓는 그에게 청중은 열렬한 갈채를 보냈고 그는 세 곡의 앙코르로 환호에 답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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