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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총수들]황제에서 하루아침에 필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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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총수들]황제에서 하루아침에 필부로

입력
199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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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一場春夢). 부실경영으로 퇴출된 재벌총수들을 두고 한 말일까. 기업경영의 황제로 군림했던 옛 총수들은 요즘 쓰리고 멍든 가슴을 남 몰래 쓰다듬고 있다.30대그룹 중 환란(換亂) 이후 침몰한 그룹은 11개. 숱한 기업들이 강제퇴장됐다. 몇몇 인사들은 경영권은 뺏겼지만 춘몽을 다시 키우는 가 하면, 일부는 세상과 통하는 문을 걸어 잠그고 칩거 중이다. 퇴출총수의 한 측근은 『뿌린대로 거둔다는 격언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고 소회를 전했다.

집까지 뺏기고 어머니집으로 들어간 최원석씨 리비아 대수로공사의 신화를 일궈내며 재계 10위권을 지키던 동아그룹 최원석(崔元碩)전회장. 지난 해 5월 그룹이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경영권을 포기한 이후, 서울 장충동 자택까지 채권단에 내주고 인근 어머니집으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권(金權)」을 박탈당한 때문일까. 재산권을 놓고 법정소송까지 벌였던 어머니와는 화해했다. 그러나 지병이 악화, 지난 달 치료차 일본으로 건너갔다. 출국금지된 상태에서 40일동안의 치료기간을 얻은 것이어서 이 달 귀국할 예정이다. 최전회장은 측근들에게 『언제가는 얘기할 게 있다』고 밝히는 등 경영권 포기에 대한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철(金顯哲)전삼미그룹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물려받아 고군분투했던 김현배(金顯培)전부회장은 처지가 더 딱하다. 그룹이 도산한 97년3월 이후 서울 서초동 자택이 경매에 넘어가고 측근들도 등을 돌려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를 보필했던 삼미특수강 관계자는 『챙겨놓은 돈도 없어 친척들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영어와 인터넷등을 공부하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중원(金重源)전한일그룹회장도 지난 해 6월 부도 이후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안병균 박건배 장진호 나승렬 등 재기 모색중 황제의 꿈을 다시 좇는 옛 총수들도 적지 않다. 중국음식집 종업원에서 출발, 나산그룹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던 안병균(安秉鈞)전회장. 지난 해 6월 주요계열사가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사무실과 고급승용차를 비롯한 총수 프레미엄을 모두 박탈당했다. 요즘은 강남 수서의 한 오피스텔에 조그마한 개인사무실을 차려놓고 재기를 모색

중.

박건배(朴健培)해태그룹회장은 채권단이 경영권을 장악했지만 아직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채권단이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는 경영권을 잠정 인정한다』고 양해했기 때문. 박 회장은『해태라는 이름은 살려야 한다』는 집념으로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채권단이 구조조정 후에도 경영권을 인정할 지는 미지수다.

나승렬(羅承烈)전거평그룹회장도 공개입찰 예정인 거평화학 재인수를 추진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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