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 출범이후 지난 1년간 사정기관 및 세무관서등의 계좌추적 요청건수가 8만8,925건으로 1년전에 비해 무려 4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추적 대상자가 갑자기 늘어 날 이유는 없다. 특히 IMF 체제 이후 경기침체등으로 금융거래가 크게 줄었음에도 계좌추적 대상이 이처럼 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정부내 사정기관과 세무관서 금융감독원등이 계좌추적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일부에서는 새정부가 과거와 같이 계좌추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3·4분기와 4·4분기에 계좌추적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그 시기에 있었던 정치인 사정, 여대야소의 정계개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계좌추적은 역대정권에서 정치탄압과 야당 길들이기의 주요한 수단이었다.
요즘 국민들 사이에서는 김대중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대북정책 및 외교 안보 분야등에서 잘 대처하면서도 이런저런 일들에서 과거정부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법감청·도청, 고문시비, 이번에 문제가 된 계좌추적 남용등이 그런 예다.
계좌추적은 법원의 영장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와, 계좌추적이 허용된 기관의 협조요청 공문만으로 이뤄지는 것등 두가지가 있으나, 여기엔 허점이 많다. 우선 협조요청 공문의 경우 계좌추적을 요청하는 기관이 추적대상의 계좌와 대상인물 또는 금융기관을 특정하지 않고 사실상의 백지공문을 작성, 전계좌를 추적하고 있어 종종 문제를 일으켜 왔다. 협조요청서 한 장으로 고구마 줄기 캐내듯 계좌추적을 한없이 이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법원의 영장에 의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사기관이 영장원본에 추적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있어 왔다. 계좌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99%에 가까워 법원의 제동에 의문이 제기돼 온 것도 문제점의 하나였다.
따라서 계좌추적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의 운영방법을 개선해야 하며, 제도적으로도 계좌추적권 발동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개정·보완해 계좌추적권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를 권유한다. 김대통령이 야당시절 이 계좌추적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 정부의 관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지난 1년간의 계좌추적에서 불법은 없었는지를 분석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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