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대(학장 한영우·韓永愚) 교수들이 「인문학 고사(枯死)위기」와 관련, 겸허한 자기반성에 나서 학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교수들은 최근 대학본부에 제출한 「인문대 발전방안」에서 『인문학이 죽은 학문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며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학자들이 선비정신에 빠져 폐쇄적 자기울타리에 갇힌 탓』이라고 진단했다.
교수들은 『인문학이 정체상태에 처하게 된데는 모든 인문학적 논의를 냉소적 담론으로 해석토록 한 역대정권의 대학정책 탓도 있다』면서 『하지만 1차적 원인은 인문학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꼽은 대표적 내부원인은 인문대의 지나친 전공 세분. 『전공 세분으로 학문간의 벽이 높아져 인문학 지식이 상호 연결되지 못하게 돼 결과적으로 인문학이 실천적 면모를 갖추는데 실패했다』는 자성이다.
엘리트 교육을 표방한 인문학자들의 「후계자 키우기」가 주요 원인이라는 자기비판도 포함돼 있다. 대중교육과 다원적 사회의 지도자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해 고립을 자초했다는 것. 교수들은 학내에서 교양교육이라는 인문대의 책무를 게을리해 불신감을 샀다는 반성도 빼놓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자성은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공계 위주의 연구중심대학 육성방안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왔을 것』이라면서도 『한 구절 한구절이 외면할 수 없는 뼈아픈 자기비판을 담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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