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특수1부(박상길·朴相吉부장검사)는 24일 농협중앙회가 한보철강이 부도나기 직전인 96년 9~11월 600여억원을 불법 대출해 준 사실을 적발, 전 농협 선릉지점장 강환표(姜煥杓·52)씨 등 관련자 12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 2명을 수배했다.검찰은 또 융통어음(자금조달을 위해 상거래 없이 발행하는 어음)을 대량 발행해 강씨 등을 통해 불법 할인받은 전 한보철강 자금담당 상무 김대성(金大成·47)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된 농협간부들은 규정상 융통어음을 할인해 줄 수 없음에도 불구, 1,000만~3,200만원씩 사례비를 받고 한보철강의 융통어음 679억원을 마치 진성어음(물건을 납품하고 받은 어음)인 것처럼 꾸며 할인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 중수부는 이날 농·축협 비리와 관련, 농·축협 전현직 임직원 145명을 입건, 이중 8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내주중 송찬원(宋燦源)전축협중앙회장과 원철희(元喆喜)전농협중앙회장 등 전·현직 중앙회 간부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이 이날 발표한 전국 농·축협 비리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농·축협의 부정부패가 백화점식으로 다양하고 곳곳에 만연돼 있음이 밝혀졌다.
◆면세유 대금 착복 : 대구 A농협 직원 김모(34)대리는 농협 직영 주유소에서 유류판매업무를 담당하면서 농업용 면세유 10만3,000여ℓ를 일반인에게 판매,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지난 한해동안 6,300여만원을 가로챘다.
◆부실대출 및 대출금 횡령 : 전남 영광농협 B지소 김모(55)씨는 신용조사관련서류를 허위작성, 모두 11억1,600만원을 대출받아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사용했다. 또 군산 축협 C지소장은 친인척 명의로 무려 37건에 걸쳐 10억2,000여만원을 대출받아 사채자금으로 이용했다. 강원 양양군 D농협직원 안모(33)씨는 채무자의 대출금 상환을 대행하는 업무를 하면서 보관하던 대출원리금 5,700여만원을 횡령했다.
◆대출사례금 수수 : 부평농협 E지소 전지소장 B씨는 건설업자에게 담보를 과대평가해 20억원을 대출해준 대가로 이 건설업자가 건설한 자신의 모텔 건축비용 1억6,000여만원을 감액받고 모텔에 사용할 컬러TV 36대(시가 3,600여만원)를 제공받는 등 모두 2억여원을 사례금으로 챙겼다.
또 강원 F축협 전무 유모(42)씨와 상무 이모(38)씨는 담보물건을 과다평가하고 차명으로 6억원을 부당대출해주고 각각 싼타모와 마르샤승용차를 사례로 받았다.
◆공사·유통사업 관련 비리 : 축협중앙회 G지점장 윤모(44)씨는 청탁을 받고 특정 건물을 점포용도로 매입해 준 대가로 6,000여만원을 받았다.
경북 농협 H조합장 이모씨와 전무 권모씨는 미곡처리장 건설공사와 관련, 건설업체에서 700만~2,900만원을 받아 챙겼으며 전판매부장 정모씨는 조합장과 전무의 도정률조작비리를 빌미로 협박, 730만원을 뜯어냈다.
농협 공판장의 공판장장 경매과장 경매사 등이 공모, 특정중도매인에게 우선물량을 배정해주고 금품을 받거나 낙찰가 조정 이중경매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례도 적발됐다.
/김상철기자 sckim@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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