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걸리버배 98∼99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전서 LG가 나래에 치욕적인 3연패를 당하고 올시즌을 마감했다.게임을 이기고 지는 일이야 프로팀이 늘 겪는 일이지만 23일 LG는 「승부도 지고 매너도 지는」 추태를 연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겨 빈축을 사고 있다. 박훈근이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벤치를 발로 걷어찬 것은 3연패의 결정적인 「자충수」가 됐다는 점에서 스스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승부가 기울어진 막판에 버나드 블런트가 나래 허재의 왼쪽 무릎을 고의로 걷어차 코트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 것은 국내농구를 얕잡아본 오만방자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이날의 꼴사나운 풍경은 과열된 승부에서 비롯된 선수들의 우발적인 흥분으로 해석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많다. 지난달 9일 LG 이충희감독은 SBS전서 연장끝에 진 뒤 『판정이 게임을 뒤집고 있다』라고 심판을 공개적으로 비난, 코트를 들끓게 만들었다. 이 사건은 그러나 한국농구연맹(KBL)이 쉬쉬하며 이감독에게 30만원벌금이라는 「경미한」 징계를 내리는 선에서 무마됐다.
뿐만 아니다. 2월25일에는 창원홈경기서 LG가 현대에 패하자 흥분한 팬들이 난동을 부려 현대선수가 다치고 구단버스가 부서지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구단의 안이한 운영, 스타감독의 오만, 성적 지상주의에 매달린 선수들의 몰지각 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이 끝난 뒤 LG 권혁철단장은 『수고했다. 다음 시즌에 더 좋은 결과를 보여 주겠다』며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서둘러 코트를 떠났다. 그의 양복깃에 달린 그룹 배지가 「미안해요 LG」라고 웃는것 같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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