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회의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23일 밤10시. 남자배구 국가대표팀감독 선임을 위한 배구협회 강화위원회는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LG화재 등 실업 3개팀 감독이 이 말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4시간30분의 마라톤회의. 결론은 아무 것도 없었다.혹자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대표팀감독 선임을 두고 밤늦도록 격론을 벌였다면 박수받을 일 아닌가』 그러나 사정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날 회의가 「객관적 능력검증을 통한 합의도출」과는 애시당초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이날 대표팀감독 후보로는 한양대 송만덕감독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진준택감독이 올라왔다. 송만기위원장을 제외한 강화위원 6명중 실업 3개팀 감독은 진감독을, 홍익대 신춘삼감독 등 나머지 3명은 송감독을 밀었다. 대학과 실업간의 감정싸움. 특정세력과 그에 반하는 세력간의 세대결이었다. 회의에 참가한 한 위원의 전언. 『30분정도면 충분한 얘기가 녹음테이프 돌아가듯 4시간30분동안 반복됐다』 시작부터 끝까지 「합의」란 단어는 고려조차 없었고 자신의 주장만을 줄곧 상대편에게 강요했다는 얘기다.
다음 강화위원회에서 논의를 한대서 결론이 날 수가 없다. 다시 한번 같은 얘기가 반복될 뿐이다. 결국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다른쪽은 「못해먹겠다」며 자리를 뛰쳐나가 판이 깨지는 시나리오다. 대표팀감독 인선에서조차 능력과 전문성이라는 검증절차가 도외시되고 「내편 네편」이라는 기준이 좌지우지한다. 한국배구가 「영원히 위기」일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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