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金宗秀)신부·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총장『기도하고 싶습니까? 기도할 시간이 없으시죠? 당신이 떠난 뒤 이 초가 당신의 바람을 모아 타오를 것입니다』
프랑스 남부 어느 순례지를 방문할 때 본 한 성당의 초 봉헌대 앞에 쓰여졌던 글이다. 정확한 문장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초를 팔기 위한 상술이리라. 그러나 초가 나를 대신해 기도해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순례지들에도 초 봉헌대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초를 봉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들의 마음 자세는 어떤 것일까?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몰라도 초만 봉헌하고 돌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앙이 지나치게 기복적이 되어가는 현상에 대해 많은 이들이 걱정한다. 물론 신앙에서 복을 빌고 얻는 「차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신앙은 주술이나 마술이 아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오히려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그리스도처럼 살도록 촉구한다. 이 때 기도하는 이는 내가 얼마나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있는 지, 얼마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사는 지를 항상 돌아봐야 한다. 청원의 기도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 기도는 주님의 복음에 비추어 우리의 삶을 점검하고 바른 길을 찾아가는 것이 돼야 한다. 빌기만 하면 사업에 성공하고, 입시에 합격할 수 있다면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의 수고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
주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한다』(마태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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