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예모 '찬탈' -자신의 호흡마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의 완벽한 암전, 불켜지면 배우들은 절규 또는 항의같은 매서운 시선으로 칠흑같은 객석을 관통하듯 노려 본다…. 시종 끊이지 않는 긴장의 무대 「찬탈」.
배우들의 연기가 팽팽한 정적감으로 극장을 내리 누른다. 왕릉속 인물과 토우(土偶)가 되살아 나, 피비린내 나는 권력 쟁투를 벌인다는 가상극이다.
『공간을 장악하라』 연출자 김운기(36)씨가 이번 작품을 위해 출연진에게 내린 주문이다. 『눈을 감지 말라』는 행동 강령이 뒤따랐다. 배우들은 연습중 다 울어 버렸다. 눈이 아려 눈물이 나왔을 뿐, 감정은 조금도 개입되지 않았다. 눈을 오래 감지 않아도 안질환은 없다는 전문가의 조언까지 필요했다.
그렇다면 왜 쏘아 붙이는 시선인가? 『배우의 긴장은 드라마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연출의 변이다.
편한 무대 아니면 아예 버라이어티 쇼처럼 가 버리기 일쑤인 지금 연극계에서 작예모의 이번 작품은 그러므로 하나의 의식적 반란인 셈. 가뜩이나 눈이 큰 배우 천정명(32·하희역)의 열연은 젊은 연기자 특유의 아름다운 독기로 가득하다.
극의 「연극성」을 대학생들이 먼저 알아 봤다. 서울예대 용인대 단국대 고대 등지 학생들이 와서 보고는 교수에게 단체 관극을 건의할 정도다. 『흥분했다』, 『꿈꿔오던 스타일의 연극이다』는 반응들.
「작은 몸짓이 시작된다. 예술사랑이 닿는 곳. 인간 모임 속에서 우리는 신화와 만난다」, 93년 7월 김씨를 중심으로 뜬 젊은 극단 작예모. 이 작품에는 창단 5주년 기념의 뜻도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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