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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글꼴이 문화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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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글꼴이 문화를 바꾼다

입력
1999.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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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安尙秀·48)씨.상수동에.위치한.홍익대미대.교수이며.상수동에.아틀리에.「날개집」을.갖고.있는.그래픽디자이너.겨울과.봄.가을.그리고.여름까지도.늘.베이지.색.버버리에.검정.중절모.패션으로.멋을.내는.그의.별명은.상수동.촌장.그는.신이.나.이야기한다. 『우연인지.필연인지…상수동엔.없는.게.없어요.상수부동산에서.상수연탄.상수여관.상수목욕탕까지…』(안상수의 편집 스타일)

『평소 상복이 없었어요. 밀렸던 것을 한꺼번에 받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최근 안상수씨는 항공우편과 e메일로 동시에 기쁜 소식을 받았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국제 그래픽 디자인 및 시각 커뮤니케이션 전시회 「지그라프(ZIGRAF) 8」단행본 편집부문에서 「쌈지 아트북」디자인으로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지그라프는 멀티미디어 사진 포스터 영화 편집 및 광고디자인 등 그래픽 디자인 50여개 분야에서 최고 디자인을 선정하는 권위있는 유럽 그래픽 디자인 국제전시회 중 하나. 국내 그래픽 디자이너가 이처럼 큰 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은 처음있는 일.

22일 교수실에서 만난 그는 수상소감을 국내 디자인전의 발전을 위한 고언으로 대신했다. 『하루빨리 국내 디자인 전시회도 아마추어적 운영을 벗어나 국제화해야 합니다. 얼마전 션전(深 )에서 열린 전중국디자인전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깜짝 놀랐어요. 대만 홍콩 마카오를 아우르는 중국 국내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은 모두 자국 아닌 외국사람으로 선정돼 있더군요. 공정한 심사를 위한 방편이었어요』

그의 이름은 상수동에서만 유명한 것은 물론 아니다. 디자인계에서 이미 그는 선구자적인 잡지 아트 디렉터와 글꼴 연구가로 우뚝 솟아 있다.

그의 잡지 「보고서/보고서」를 보면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그가 추구하는 실험작업들의 의미를 단박에 알 수 있다. 88년 첫 권을 시작으로, 현재 15권째를 준비중.

「문화생산자」들의 생각을 다중인터뷰식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보고서」를 통해 실험정신이란 얼마나 강력한 상상력의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인가 이해할 수 있다.

『거대한 느티나무가 살아 움직이려면 나뭇가지 하나 하나가 활발하게 꽃 피우고 새 잎을 내야 하는 것처럼, 전통을 탄탄히 가꾸려면 실험정신의 몸부림도 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과 실험정신은 같은 몸이니까요』

안상수체, 마당체, 미르체 등 다양한 한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글꼴)의 개발, 85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한국전통문양집(총 11권 발행) 시리즈 발행 역시 뿌리를 향한 그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나라의 시각 문화가 발전하려면 그나라의 글자부터 변해야 합니다. 더 다양해지고 더 세련돼야 해요. 한글 타이포그라피의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림은 만국공통어입니다. 조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전통무늬를 그래픽화하는 작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서양의 첨단문화와 접목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일입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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