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 신사옥 -한국 근대 건축의 대부라 일컬어지는 고 김수근(86년 55세로 사망)씨의 대표적 설계 작품으로 꼽히는 공간 사옥(벽돌빌딩). 96년 건축가 집단 「공간」은 기존사옥 옆에 21세기 공간의 개념을 나타내는 신사옥을 짓고자 했다. 증축 프로젝트는 당연히 김수근 계보의 당시 「공간」대표 장세양씨 몫이었다.
신사옥 과제를 놓고 장씨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창덕궁 창경궁 가회동 운현궁을 이웃하고 있는 공간사옥의 시간적, 공간적 위치때문이었다.
주변을 해치지 않으면서, 또 구사옥의 맥락을 유지할 수 있는 「관계의 미학」은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했다. 「한국 모더니즘의 완결」이라 평가받고 있는 기존 사옥의 명성도 신사옥엔 물론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장씨는 이에 대한 해법을 삼면이 유리로 지어진 건물로 선택했다. 시각적으로 피막이 제거된, 내부의 내용이 드러난 낮과 밤이 다른 건물.
건축가 설계집단 「공간」을 제 궤도에 올려 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장씨의 뿌리가 김수근씨임은 분명했지만, 「내부공간을 이해하는 솜씨」에선 장씨는 확실히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건축인이었다. 「공간」건축인들은 김씨에게선 「논리적 사고체계」를, 장씨에게선 내부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특장으로 꼽는다.
불행하게도 장씨는 신사옥이 완공되기 전 97년 9월 49세로 세상을 떠났다. 개념설계만 끝낸 채 설계도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사무실에서 과로사한 것이다. 그의 경남고, 서울공대 후배인 오섬훈씨가 설계를 마무리했다.
오씨는 『구사옥과의 조화를 위해 최상층인 6층의 천정높이를 원래 설계보다 3분의 2로 낮췄다』면서 『장선배가 살았다면 또다른 성격의 빌딩이 만들어졌을 것』이라 아쉬워했다.
71년부터 3세대를 거치며 공간인들의 역사를 이루고 있는 「공간」사옥. 언뜻보면 벽돌과 유리, 폐쇄와 개방, 복잡함과 단순함으로 전혀 다른 성격의 빌딩으로 보이나, 찬찬히 훑어보면 스승과 제자의 관계처럼 잘 어우러지는 사이좋은 건물이다. 신관의 투명한 실내가 구관의 시원한 전경이 되고, 신관의 투명막을 건너 구관의 담쟁이를 보는 것이다.
유리빌딩이라 단열처리가 미흡, 일반 건물에 비해 1.5배나 높은 냉난방비가 유일한 단점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서울 종로구 원서동 292번지
△대지면적 208.30㎡
△건축면적 124.67㎡
△지하1층, 지상5층
△설계 96년, 준공 97년
△98년 서울시 건축상,
99년 건축가협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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