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상 최고의 문호인 셰익스피어에 대한 경찬의 날이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로시 챈들러 패빌리언에서 열린 제71회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에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작품, 여우주연(기네스 팰트로), 여우조연(주디 덴치) 각본 의상 등 7개부분상을 차지했다. 총 13개 부분 후보에 올라 절반 이상을 따낸 셈.그러나 아카데미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감독」으로 추켜세우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가 감독한 「라이언일병 구하기」도 감독 촬영 음향 음향효과편집 편집 등 5개 부문상을 받았다. 이번 아카데미의 이변은 7개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탈리아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선전. 외국영화에 인색한 전례를 깨고 3개 부문상 (남우주연 외국어영화상 주제가)을 안겨 1인 3역(감독 주연 각본)을 맡은 코미디언 로베르토 베니니의 날이 되게 했다.
평론가 강한섭(서울예술대 교수)씨는 이를 두고 『아카데미가 미국 백인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화로 나아가려 한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20세기 마지막 아카데미영화제는 세가지를 골고루 선택했다. 역사의 자랑인 셰익스피어, 치욕인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한 나치 잔학행위에 대한 고발을 함께 한 것이다. 반면 같은 2차대전을 소재로 삼았고 「라이언일병 구하기」와 나란히 7개 부문상 후보에 올랐던 테렌스 말릭 감독의 역작 「씬 레드 라인」은 무관에 머물러 이번 아카데미는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영화보다 대중성이 강한 영화를 선호했다. 같은 수의 후보를 냈던 고전사극 「엘리자베스」역시 분장상 하나를 타는데 그쳤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셰익스피어에게 경의를』. 올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 여우주연 여우조연 등 7개 부문을 차지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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