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난립한 간판과 여성들의 짙은 화장이 엄습했다』_미국에서 살다 귀국한 사람이 들려준 귀국인상이다. 최근 서울의 난장판 간판을 전한 한국일보의 수도권리포트를 보면 절제와 조화를 잃어버린 거리의 간판이 공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한때 외국 매스컴들은 간판이 우후죽순처럼 붙은 서울거리를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곧잘 묘사했다. 그러나 거리의 간판숲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우리의 사회심리가 그대로 압축 표현된 느낌이 든다.■간판은 도시의 얼굴이자 개성이다. 서울을 보자. 주변 자연환경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건물과 도로가 도시미학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간판이 무질서하게 난립하고 있으니 도시 전체가 뒷골목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서울의 무질서한 모습이 모범답안처럼 지방도시에서 복사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색깔도 개성도 없는 분위기가 전국을 덮어가고 있다. 간판이 이런 몰 개성의 도시를 만드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세도나」라는 오아시스 관광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간판의 색깔과 크기를 친환경적으로 엄격히 규제한다. 황토색과 초록빛인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벗어난 간판은 아예 달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맥도날드 햄버거레스토랑은 세계최고의 유명상표인 노랑색 아치를 달지 못하고 초록색 아치를, 그것도 조그맣게 표시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미국내 1만2,000개 체인점중 세도나에서 만은 노랑색 아치를 포기했다.
■초록색 아치는 맥도날드에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모르나 세도나를 더욱 개성적인 도시로 만들고 있다. 이처럼 도시의 개성은 주민들이 만드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바로 도시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치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청이 붉은 색 간판을 규제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개성있는 도시가 생겨나는 싹이다. 그러나 이제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개성있는 도시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도시의 색깔과 간판은 개성있는 도시의 중요한 요소이다./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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