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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칼럼] 동강은 그대로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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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칼럼] 동강은 그대로 흘러야 한다

입력
1999.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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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미국LA공항.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내 손에 쥐어진 서울행 비행기표는 천국행 티켓으로 느껴졌다. 4년만에 다시 볼 부모님, 친구들뿐만 아니라 산, 들과 강 모두가 나에겐 천국처럼 다가왔다. 역마살이 두 개나 끼어 국내에 있을 땐 한시도 집에 있은 적이 없던 내가 미국유학시절 변변한 여행 한번 안한 것은, 공부하느라 바빴다기보다 미국여행이 별로 즐겁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미국의 냇가와 산등성이는 그저 덤덤하기만 했다. 작년 이맘때. 지금은 런던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있는 후배가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형, 동강, 정말 신선이 따로 없더라, 귀국하면 제일 먼저 같이 가자』며 향수병에 걸린 나를 자극했었다. 그 이후 내가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하고픈 일은 동강을 굽어보며 못하는 소리나마 한가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후배는 내가 귀국하는 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나의 숙원은 그 친구가 학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까지 유보하고 있다.그런 동강이 왕창 망가져 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 식수로 쓰기 위해 1조원 가량의 돈을 들여 댐건설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보존론자들이 쉬리와 백룡동굴의 소중함을 외칠 때, 개발론자들은 댐건설로 생겨나는 경제적 이익을 내세운다. 댐건설로 사라질 「환경재(環境財)」의 가치소멸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건교부의 대차대조표 비용항목에는 직접적 건설비용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환경재의 기회비용은 빠져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얼마인지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계산하느냐다. 동강지역 같이 원시적 자연상태의 상품은 동일상품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기계문명이 발달할 수록 수요가 증대하고, 따라서 현재의 가치보다 미래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원시자연을 즐기려고 몰려드는 선진국 관광객들의 생태관광이 좋은 보기이다.

며칠 전 런던의 후배가 전화를 걸어와 『동강댐 건설을 밀어부치겠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럴 수 있어, 다들 뭐하는 거야』라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문에서 오린 커다란 동강사진을 본다던 후배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서, 쉬리가 노니는 아우라지 여울목에서 그의 귀향노래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동강이 흐를 수 있을지….

/조승헌(36·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지구환경연구센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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