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를 대표한 참여연대와 5대그룹 계열사 간의 「일전(一戰)」이 20일 각 주주총회장에서 치러졌다. 기본적인 구도에서는 공수가 분명했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대우 SK텔레콤의 회사경영진이 방어를 하고, 참여연대가 공격을 했다. LG반도체는 빅딜과정에 있어 별도의 양상을 보였다.이날 대결은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달라진 참여연대, 달라진 기업경영진」을 선보였다는 점이 가장 돋보였다. 물론 각 주총장에서 참여연대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철회하거나 축소하지 않았다. 끝까지 자기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사항과 자기주장이 대체로 논리를 벗어나지 않았고 주총절차를 깨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날이 뾰족하면서도 깔끔한 공격이었다. 막판에는 소액주주로서의 「수의 열세」를 수용했다.
방어하는 경영진들도 분명히 달라졌다. 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수의 힘」을 빌려 반대의견의 제기조차 봉쇄하던 과거의 관행을 스스로 탈피했다. 사전에 소액주주들과 협의하는 새로운 모습도 보였고,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을 수용했다. 전향적이고 성의를 잃지 않은 방어였다.
물론 100%의 성공은 아니었다. 아쉬움도 많고 부족한 점도 제법 눈에 띄었다. 특히 커다란 관심을 끌었던 집중투표제의 도입은 한결같이 무산됐다. 참여연대로서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각 회사가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합법적으로 정관에 넣었으니 일단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삼성전자의 이사정족수 상한선 폐지와 연2회 배당 수용, SK텔레콤의 감사협의회 도입등은 적지 않은 성과다. 또 삼성전자의 이건희회장, ㈜대우의 김우중회장이 이사회에 단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경영진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결국 소액주주의 권익이란 무엇인가를 짚어 보고자 한다. 소극적으로 보면 소액주주의 권익은 경영진의 불투명하고 자의적인 회사경영으로 자신의 주식가치가 훼손되는 걸 막는 일이다. 이를 통해 회사가 최고의 경쟁력을 획득, 자신의 주식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꾀한다. 회사경영진의 목표도 똑같다. 회사경영진은 경영의 투명성이 최고의 경쟁력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소액주주들은 지나치게 분산된 경영권이 최고 경쟁력의 확보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각각 인정할 때가 됐다.
이러한 기대감에서 미진하고 일부 소란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이날 주총에 후한 점수를 주고자 한다. 1년후엔 더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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