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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장세동씨의 좌절

입력
1999.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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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세력의 정치적 재기움직임이 또 벽에 부딛쳤다. 그동안 서울 송파갑 재선거 출마를 모색해 왔던 이들 세력의 간판격인 장세동(張世東) 전 안기부장이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장씨는 19일 자필로 쓴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며 출사표를 접었다. 「접은」은 이유를 「정치발전…」운운했지만 속내는 정치권 진입을 탐탁해 하지않는 여론과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웃지못할 일은 장씨가 출마를 타진하자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던 여권의 낯뜨거운 모습이다. 그의 불출마선언으로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듯」허탈해 하는 여당도 있을 것이다. 심각한 이념적 아노미상태라 하지 않을수 없다. 5공세력의 재기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1년여름 소위 「창조적 신당론」도 있었다. 6공의 후계구도가 불투명한 틈새를 노렸지만 결과는 실패로 끝난바 있다. 이들의 재기시도는 김영삼(金泳三)정권때도 한 두차례 더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용팔이 사건」이나 「역사 바로세우기」로 좌절할수 밖에 없었다. 그때도 여론은 역시 그들 편이 아니었다.

5공세력이 명예회복을 외치며 정치권 진입을 시도할때 마다 민심은 그리 곱지 않았다. 그들이 회복해야 할 명예가 무엇이며, 또 되찾아야 할 존엄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곤 했다. 자신들이 치룬 죄값이 억울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처럼 「잘 조직된」정치군인들이 권력을 놓고 난뒤 당한 수모가 한스럽다는 말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정권찬탈을 위해 하극상의 반란을 도모했던 정치군인들이다.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총뿌리를 겨눈 사람들이다. 또 집권후엔 가증스럽게도 직위를 이용해 엄청난 금품을 챙긴 최대규모 뇌물수수사건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강변해 본들 12·12는 여전히 군사반란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무슨궤변을 늘어놓든 5·18은 내란및 반란행위라는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그들이 정권장악음모를 하지 않았던들 시민들은 궐기하지 않았고 더구나 무정부상태의 혼란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피선거권있는 사람이 출마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개인적 자유다. 제3자가 「감놔라 배놔라」할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입지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자기성찰은 꼭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우리의 경험칙이다. 특히 군사억압통치의 주역들은 역사앞에 먼저 자신의 과오를 빌어야 한다.

역사의 정리에는 피해자의 관용도 물론 중요하다. 못지않게 가해자의 참회는 더욱 값지다.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자신들의 전비(前非)를 뉘우치는데 인색했다. 지금도 엉뚱한 궤변으로 자신들의 죄과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 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묻지 않을수 없다. 아직도 12·12는 불가피했고, 5·18은 정당했는가. 또 엄청난 부정축재는 관행으로 내려온 통치자금이라는 말로 덮을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가나 국민을 향한 의리나 신의는 가치있는 일이다. 이는 사사로운 인연의 맹목적 충성과는 궤를 달리 한다. 정치와 주먹세계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9개월여만에 풀려난 옛부하가 『휴가 잘 다녀 왔습니다』고 하자 『고생했어』라는 말과 함께 18억원을 위로금으로 주었다는 얘기는 얼마전 이들 사회에서 나온 웃지 못할 이야기가운데 한토막이다.

지금도 이들 수중엔 천문학적인 돈이 있다고 한다. 법이 부과한 추징금을 피하기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장씨의 출마포기로 불발이 됐지만 「그 어른」이 선거자금으로 얼마를 내놓을까는 호사가들의 관심사였다. 이들은 지금도 우르러 떼지어 몰려다닌다. 자신들은 세(勢)과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착각도 이쯤되면 난치상태다. 면면이 어떤가. 5공시절 악명높던 사람들이다.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들에게 해 줄 충고가 있다면 민주주의는 중우(衆愚)정치만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 진 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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