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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쥐 아기'와 생명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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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쥐 아기'와 생명질서

입력
1999.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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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의 정소(精巢)에서 성숙시킨 불임남성의 정자를 인공수정하여 태어난 아기 5명이 생후 8개월째 자라고 있고, 한국인 1명을 포함한 6명의 여성이 이 방법으로 임신중이라는 영국 BBC방송과 익스프레스지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생명공학이 21세기 인류의 문제를 풀어줄 열쇠라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생명공학이 인류에게 선물한 「쥐 아기」를 보면서 우리는 과학의 어두운 그림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쥐 아기」의 탄생과정에서 보여준 생명공학의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정자가 쥐의 정소에서 성숙하는 동안 바이러스나 다른 병원체가 감염된다면 이는 불임을 치료하는 인술이 아니라 무서운 재앙이다. 또 인간과 쥐의 생식세포 접촉에 의한 유전자변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쥐 아기」탄생은 과학자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생명공학에 대한 윤리적 회의감을 일으킨다. 2년전 복제양 돌리의 출현이후 인간복제가 전세계적으로 끊임없이 논의되었고, 실제 우리나라에서 체세포복제방법에 의한 수정란이 배양되어 인간복제의 윤리문제가 대두되었다.

인간의 생식세포가 쥐의 정소를 이용해 생명력을 얻는다는 것은 이 시대 사람들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생명질서의 일탈이 아닐까.

불임치료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실한 문제다. 생명공학은 전세계에서 연간 약 2만명의 시험관아기를 탄생시킴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덜고 있다. 그러나 생명공학은 윤리적 토대를 상실한 과학자나 기업에 의해 인류사회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갈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정부의 지원아래 2005년까지 유전자지도를 완성하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이 지도가 완성되면 인간의 형질을 결정하는 수십만의 유전자를 확인함으로써 암등 인간의 유전질환을 미리 예측하고 처방하는 코페르니쿠스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과학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갖고 있다. 21세기에는 아들과 딸을 선택할 수 있고, 얼굴 모양이나 머리색깔은 물론 탤런트나 지능지수까지도 마음대로 선택하는 「자녀 디자인」이 공상과학소설만은 아니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박사는 최근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새로운 인간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생명공학의 발전을 북돋우면서 한편으로는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 「쥐 아기」의 탄생은 다시 한번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생명공학에 대한 반성과 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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