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립중앙극장 소극장 3층 연습실. 소속단원 50여명이 둘러앉아 내달 13일 무대에 오를 연극 「아Q정전」을 위해 매일 4~5시간씩 대본을 읽고 연기를 익히고 있다. 열기가 넘치는 이 곳에서 한 원로단원이 손주뻘 단원들과 함께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움직이며 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연극사의 산 증인이자 국립극장의 안방마님으로 통하는 배우. 43년 데뷔 이후 56년간 400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무대를 누비는 주인공. 바로 백성희(74)씨다.주름살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마, 충치 하나 없는 치아, 낭랑한 목소리는 누가 보아도 고희를 훌쩍 넘은 할머니라고 할 수 없다. 최근 「목포의 눈물」이나 「맹진사댁 경사」에서 40대 초반역을 훌륭히 소화해낼 만큼 날씬하고 유연한 몸매와 대사를 외우는 정확한 기억력은 모두가 부러워하고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요즘에도 하루에 담배를 한 갑 가까이 피우고 커피를 즐기며 간혹 소주를 1병씩 마시고도 끄떡없는 그를 보면 슈퍼우먼이라는 애칭이 아깝지않다.
그가 이처럼 정력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스스로 개발한 아침체조.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게 50년이 넘었어요. 처녀시절 배운 요가와 우리 무예를 섞어 나름대로 만들었지요』. 매일 아침 1시간 가까이 펼치는 동작은 30여가지. 물구나무서기를 비롯해 엎드려 다리들기, 허리 비틀고 젖히기 등 젊은 사람도 따라하기 힘든 것도 있다. 평상시 쓰지 않는 근육을 자극함으로써 유연성을 기르고 몸에 기를 불어넣는다는 설명이다.
저녁 늦게 귀가해 피곤하면 세수도 안하고 잠자리에 들지만 아침운동만큼은 절대로 빼먹지 않는다. 『저에게 운동은 연극배우로서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수단이죠』. 건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 보다 자기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수단이 될 때, 얻어지고 의미도 있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건강철학이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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