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댐의 대안은 없는가. 물부족을 막고 홍수예방을 위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발상을 바꿀 경우 대안은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발상의 전환」에 대해 관련 교수와 환경단체들은 『물 공급량을 늘리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이미 확보 한 물을 최대한 아끼고 효율적으로 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공급위주의 정책에서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물 사용량 줄이기 「물쓰듯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은 물을 많이 소비한다. 96년말 현재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물소비량은 409ℓ로 300ℓ가 채 안되는 유럽국가는 물론 일본(393ℓ)보다도 더 많다. 가정이든, 사무실이든 제대로 쓰지 않고 흘려보내는 물이 너무 많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본보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이 물을 낭비한다는 대답이 82%나 됐다. 어떤 식으로든 물절약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아직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누수량 줄이기 영월댐 건설로 확보되는 수량은 6억9,800만톤. 그러나 같은 남한강 수계인 충주댐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수량은 연 2억톤에 불과하다고 한국교원대 정동양(鄭東陽·기술교육과)교수는 말한다.
반면 서울시내에서 새는 물만 연 6억∼6억5,000만톤. 영월댐 총저수량과 맞먹는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 노후 수도관을 교체, 누수량을 2억5,000만∼2억7,000만톤으로 줄일 계획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1조3,017억원. 영월댐 건설에 1조원 가량 드는 것과 비교하면, 수자원 확보라는 측면서는 댐 건설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수도관을 정비하면 영월댐 몇개를 짓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홍수예방 대책 댐 건설 반대론자들은 그동안 한강에 다목적댐이 많이 건설됐지만 피해가 줄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대형 댐 건설에 회의를 보인다. 충북대 김진수(金鎭洙·농공학과)교수는 『수도권 홍수는 한강 본류의 물때문이 아니라 중랑천 등 지천의 물때문에 주로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이런 전제하에서 홍수예방을 위해 두 가지 대안이 제시된다. 우선 소규모 홍수전용댐 건설. 홍수전용댐은 평소 물을 흘려보내지만 홍수때만 물을 가두는 댐으로 환경피해가 작고 건설에 따른 보상비 부담도 적다.
다른 하나는 유역 토지 전체의 홍수 조절 능력 배양. 김진수교수는 『댐 하나로 홍수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며 『도시 인근에 산림과 농지를 최대한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 산림 등은 빗물을 많이 머금고 저수지 역할을 하기때문에 빗물이 한꺼번에 몰리는 일을 막는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東京)도 위성도시 이치가와(市川)시는 댐 건설 대신 농지 53㏊의 전용 방지로 홍수를 막고있다.
■건설교통부의 입장 건교부는 이같은 대안에 대해 『너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물사용량과 누수량을 줄이고 중수도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은 하겠지만 근본 대책은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 영월댐 대신 소형 홍수전용댐을 짓는다면 비용이 3배(3조원) 가량 들어가고 적절한 예정지를 찾기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남한강 수계인 충주댐의 유역면적이 북한강 수계인 소양강댐의 2.5배 가량돼 부하가 많은 만큼 남한강 수계에 반드시 댐을 지어야 홍수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한강 본류에 물이 차 있으면 지천의 물도 빠지지 않기 때문에 홍수 예방을 위해서는 본류에 대형 댐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댐 건설지 이전에 대해서도 『동강 일대야말로 댐 건설의 최적지』라고 말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 "물부족 부풀려 예측" 의혹
동강댐 건설은 결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물 수급 예측」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에도 이견이 있는데서도 설득력을 갖는다.
19일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한강권역 용수 수급계획을 세우면서 수요량을 과다 예측했으며 기존 댐용수 공급량을 누락해 영월댐 등 추가 댐건설로 인한 과잉투자가 우려된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수자원공사의 영월댐 건설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해 작성한 「한강 유역 물수급 예측 평가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기존 발전용댐의 저수량과 농업용수 여유량을 포함하지 않고 물수요를 예측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수자원공사가 연간 10억톤의 용수공급능력이 있는 북한강의 화천댐을 포함하지 않았고 한강수계 5개 발전용 댐의 총저수량 6억7,000만톤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충주댐에 확보된 농업용수 3억1,500만톤중 수도권의 농경지 감소 등으로 인해 발생한 여유분 2억600만톤을 포함하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또 한강의 하천유지용수를 과다 책정, 93년 작성한 「21세기를 바라보는 수자원 전망」에서는 2001년 31억2,200만톤이 필요한 것으로 산정했으나 영월댐 보고서에서는 35억8,200만톤으로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용수 수요면에서도 공업용수 사용량을 계산하면서 업종별 물 사용량 단위도 산업자원부 기준보다 최고 2배이상 많게 적용했다.
또 홍수조절 부분도 90년이후 정부가 마련한 한강수역 홍수대책으로 개선된 홍수조절 능력이 수자원공사의 환경평가에서는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건교부는 96년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따라 우리나라 물 수요량이 2001년 336억6,200만톤, 2006년 350억1,400만톤으로 5년간 4~5%씩 증가해 2011년에는 연간 51억톤의 물부족이 예상된다며 영월댐 등 34개 댐 건설을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용수 공급량을 분석하면서 고의로 누락하거나 과다책정, 물부족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는 『생활용수 수요는 기존의 증가율, 공업용수 수요는 공단설치계획을 토대로 예측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 물부족대책 여론조사
「물이 모자라는 건 사실이다. 또 물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댐을 건설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동강댐을 건설해 다가올 물부족 현상을 타개하겠다는 정부 생각에 대한 국민 여론은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물부족 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국민들이 생각하는 동강댐의 대안은 무엇인가.
본보가 동강댐 총점검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샘플수 1,000명·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서 응답자의 82.0%가 「우리 국민은 물을 낭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89.0%는 물 부족사태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물 부족 현상에 대한 대처방안으로는 「물을 아껴써야 한다」가 최우선방안으로 제시됐다. 응답자의 54.1%는 「국민개개인의 물소비량 절제」를 먼저 꼽았고, 34.7%는 「상수도관 보수로 누수량을 줄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댐건설로 물의 비축량을 늘려야한다」는 의견은 9.7%에 그쳤다.
물을 아껴써야 한다는 의견은 20대(62.5%), 누수량 억제는 30대(42.1%) 40대(39.9%)에서 각각 가장 많았고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특히 높았다. 결국 대대적인 물 아껴쓰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시된 「물부족 해결책으로 동강댐 건설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반대(69.6%)가 찬성(27.3%)을 두배이상 앞질렀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국민이 물을 아껴쓴다면 굳이 동강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염영남기자 ynye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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