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전령사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봄을 알리는 지표생물들이 보이지 않으니 봄이 왔어도 봄기분이 반감된 느낌이다. 경칩이 지난지 2주일인데 개구리 구경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두꺼비 맹꽁이 아무르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등 4종은 멸종한 것으로 분류될 정도다. 참개구리 청개구리 같은 토종 개구리가 20년동안 3분의 2 가량 줄었고, 전체 개체수는 15년간 90%가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제비와 나비도 그렇고, 종달새 뻐꾸기 우는 소리는 이제 아련한 기억속에 저장돼 있을 뿐이다. 충북 산림환경연구소가 민가 1,000여동을 대상으로 매년 일정기간에 관측한 결과를 보면 88년까지 2,340마리나 보이던 제비가 96년에는 150마리로 줄었다. 경북지역에서도 88년 630마리에서 96년에는 310마리로 줄었다. 남획도 감소원인의 하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토양과 수질오염으로 곤충이나 벌레같은 먹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토양오염의 주범은 농약과 화학비료다. 특히 맹독성 농약은 곤충과 잡초 뿐 아니라, 토양에 자생하는 갖가지 유기물질을 죽여 생태계 질서를 뿌리째 흔들어 버린다. 우리나라 농약 사용량은 75년 8,600여톤에서 95년에는 1만8,000여톤으로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비료 사용량도 7만여톤 늘었으니 흙이 어떻게 됐을 것인가. 농촌의 토양오염을 현수준으로 유지하려면 2조7,000억원이 넘는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지표 보고서를 보면 ㎢당 95년 농약사용량은 일본(1,259㎏)에 이어 한국이 2위(1,205㎏)다. 미국의 14배, 캐나다의 28배, 뉴질랜드의 48배다. 그런데도 잡초와 해충의 내성이 자꾸 강해져 갈수록 농약사용이 늘어난다. 사용량을 더 늘리면 토양은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하지 못하는 죽은 흙이 될지 모른다. 수확이 줄더라도 농약을 덜쓰거나 안쓰는 농법으로 땅을 살려야 한다. /문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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