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골드만삭스 사장출신이다. 월가에서 잔뼈가 굵어 증권사 사장을 지내다가 발탁됐다.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평판이 자자한 그는 3연임으로 12년 임기가 끝나가는 또다른 귀재,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 루빈과 그린스펀은 절묘한 「시장관리」로 미국주가가 1만포인트를 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공신들이다. 그들은 미국경제를 금리로 관리하는 주역들이다.▦우리나라에서는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증권사 사장이 재무장관으로 간 전례가 없거니와 발상자체도 아직은 친근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진다. 곧 있을 정부조직개편에서 국장급이상 간부직의 30%를 민간에 개방, 외부인사로 채우게 된다. 뒤이어 과장급, 사무관급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울타리 안에서 안주해온 공무원들에게는 대규모 외침(外侵)이어서 벼락이라도 맞은 표정들이다. 분명 바깥으로부터의 공격이다.
▦공무원들이라고 그냥 앉아서 외부인사를 떫게 맞이하고 떠나는 동료들을 민망하게 배웅이나 해서는 안될 것이다. 공략이 최선의 방어, 개방인사가 공무원에게 주는 메시지는 자리를 박차고 민간을 향해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떠나라, 무언가를 찾아서 나가라. 이말에 당혹감과 아울러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공직자라면 비록 나이는 40, 50대라고 하더라도 아직 마음이 젊은 사람, 실질적인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다.
▦일종의 「포지션 스와프」이다. 사업을 맞교환하는 비즈니스 스와프(빅딜)처럼 민간이 오는 만큼 적극 민간으로 가는 것이다. 자리 맞바꾸기다. 나중에 떠밀려서 나가기 전에 미리 갈 곳을 찾자는 것이다. 최근 재경부의 「잘 나가는」 서기관 2명이 민간으로 옮긴 것은 이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나중에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지는 모를 일이다. 이 판국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정작 자신감, 자기경쟁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결행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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