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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햇빛상자' 선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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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햇빛상자' 선풍

입력
1999.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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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속으로 들어가는 「햇빛상자」에 젊은 관객이 몰리더니, 최근 대학의 주목까지 받고 있다. 20일 이후로 대학생들의 단체관극이 예약돼 있다.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에서 숙제로 낸 관극 리포트 덕분이다.자신의 「연극 영화의 이해」 수강생들에게 리포트 제출을 과제로 낸 서울예대 현재원(38) 교수. 그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에 촛점을 맞춰 공들인 흔적이 뚜렷하다. 특히 가난의 의미를 모르는 요즘 학생들에겐 간접 경험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한다.

「물고기 남자」 「로미오와 줄리엣」 「어머니」등 최근 연극계에서 줄 잇고 있는 방송·영화스타 모셔오기 바람을 뚫고, 이 소식은 신선하다. 최근 「품바」등 가난의 연극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연극은 그처럼 복고주의에 편승, 가난을 추억상품으로 만들지 않는다. 가난으로 비롯된 슬픔의 현재성에 촛점을 맞춰,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직시한다는 점에서 지금 대학로 유일의 연극이다. 우리가 지금 어떤 강을 건너고 있는 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잡아 끄는 「곤혹스러움」이 있다. 그러나 재치있게 설득할 줄 안다.

고급 변기에 앉아 휴대폰으로 유흥 스케줄을 짜는 유한 부인, 바로 뒤 스크린에는 남편의 노골적 외도 장면이 그림자로 투영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빡빡기며 집을 샅샅이 청소해야만 하는 신세. 한편에서 배설하면, 또 한편에서는 치우기만 해야 하는 욕망처리의 극단적 불평등 구조에 대한 감각적 형상화다.

우리 시대가 진정 아쉬워 하는 것은 슬픔의 정화가 아닐까? 장병욱기자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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