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동강을 노래하고, 소설가는 동강을 이야기한다. 화가는 동강의 비경을 화폭에 옮기고 연극·영화인들은 동강예술제를 준비하고 있다.문학인들은 펜을, 화가는 붓을, 사진작가와 영화인들은 카메라를 메고 나섰다. 동강을 소재로한 작품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동강 열풍」이다.
동양화가 이호신 사진가 강운구 시인 최두석 영화감독 이창동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지난 연말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대표 김원·건축가)을 결성해 동강을 가로막는 영월댐 건설 반대 운동에 작품으로, 또는 행동으로 동참하고있다. 처음에 36명이던 회원도 100여명으로 늘어 미술 음악 공연예술 사진 영화 문학 건축 출판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들은 17일 인사동에서 모임을 갖고 환경·시민단체들의 동강 댐 백지화 집중 켐페인에 동참할 계획이다.
「동강은 흐를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댐 건설 반대 성명을 발표한 문학인 207명도 동강에 관한 작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선이 고향인 소설가 강기희(35)씨는 최근 장편소설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찬섬)을 내놓았다. 원시에 가까운 비경을 간직한 동강을 배경으로 진솔하고 순박한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송구」라는 인물을 통해 잔잔하게 그린 소설로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있다. 소설가 최성각(46)씨도 「세계의 문학」 봄호에 중편소설 「동강은 황새여울을 안고 흐른다」를 발표했다. 동강을 끼고 있는 정선 영월 일대의 민심을 취재한 르포소설로 동강댐 백지화 운동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글이 돋보인다.
시인 이하석씨도 「동서문학」 봄호에 동강과 관련 시 6편을 발표했다. 『멀리 가는 강 모래 핥고/별빛 서로 부디져 내는 소리/내 그리운 이 내닫는 숨소리가/모인게 동강의 침묵이다….(동강 3) 등 시인의 시어에는 댐을 막으면 끝나게 될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다.
동강을 찾아 정취를 화폭에 담는 화가 이호신(43)씨는 스케치 북 두 권이 벌써 동났다. 동강을 『문화유산 못지 않은 소중한 자연유산』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조만간 동강을 소재로한 그림 전시회를 열고 동강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묶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화가 이성미(49)씨도 비경에 매료돼 10여차례 이곳을 찾아 희귀동물과 풍경을 그리고 있다. 판화가 이철수(45)씨도 동강의 굽이굽이 물길과 사이사이 산봉우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목판화 작품을 선보였다. 사진작가 김삼권씨 등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들도 매주 동강을 찾아 비경을 렌즈에 담고 댐건설 반대 서명과 노란손수건 보급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원씨는 『환경문제에 이렇게 각계 각층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한 것은 드문 일』 이라며 『동강댐 문제는 이제 단순히 동강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환경의식의 척도가 됐다』고 말했다.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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