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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10억인구 지배하는 `한자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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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10억인구 지배하는 `한자의 권력'

입력
1999.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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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문자는 권력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권력을 형성하는 구조는 문자의 활자화_신화적(주술적) 힘의 발생_의식세계 지배_통치 이데올로기 형성_권력 정통성 부여.한자는 인류의 5분의 1에 가까운 10억여 한자 문화권 인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또 과거 중원과 변방 민족의 끝임없는 패권 쟁탈전 속에서도 「중화 의식」을 담는 유일한 도구로 자리잡아 「경쟁력」을 입증했다.한대부터는 권력과 유착, 지배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며 권력형성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는 이런 문제를 다뤘다. 언어_신화_이데올로기라는 롤랑 바르트식 관점을 한자에 적용한 첫 책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한자가 중국이라는 거대 대륙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진대 사상부터 한대 경학에 이르는 방대한 학문적 성과를 활용하고 있다. 그 속에서 문자, 곧 한자와 권력의 관계를 분석했다. 신화 이데올로기 훈고문자 고문자학 등 기존 학술적 성과들이 한자_ 신화_ 이데올로기_권력이라는 베일에 싸인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열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한자는 이미지 문자입니다. 이미지는 스스로를 표상하면서 신화를 생산합니다. 한자의 이같은 신화적 재현은 정치적 의도를 숨기며 비진실을 진실로 정의하는 도구로 변합니다. 이어 한자는 중국 역대 왕조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이른바 천륜이라는 보편적 진리로 분장시키며 체제를 유지하는 중요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저자 한양대 김근(중어중문학과)교수의 관심은 이미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오늘날 이미지 문자인 한자가 우리를 「한자 권력」아래 어떻게 얽어맬 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미지 「마력」을 지닌 한자는 우리 의식과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한자가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 한자가 말하는 질서 이외의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며 『한자병기 이전에 「한자 권력화」를 막을 수 있는 교육적 철학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책의 뼈대는 김교수가 88년 1년 간 미국 버클리대 중국학연구소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공부할 때 세워졌으며, 박사학위 논문을 대중을 위한 책으로 풀어썼다.

제1장 「고대 중국인들에게 언어는 무엇이었는가」, 제2장 「한대 경학의 훈고 담론」, 제3장 「금문경학이 축조한 세계」, 제4장 「탈신화로의 방향 모색:고문경학」, 제5장 「금고문 경학의 상호 텍스트」등으로 구성됐다. 정독이 요구되는 책이다.

서사봉기자 se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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