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사상 최악의 내우(內憂)에 시달리고 있다. 철권통치자 수하르토 대통령이 하야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민주화와 경제회복은 불투명하고, 곳곳에서 분리독립운동과 종교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도네시아가 「아시아의 유고」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제기하고 있다.◆정치및 경제 정세
지난해 5월 대권을 이어받은 하비비 바하루딘 대통령의 불안한 권력 장악으로 계획된 민주화일정이 제대로 이행될지 우려되고 있다. 야당과 학생세력은 전정권의 수혜자인 하비비정권이 수하르토의 사법처리와 정치개혁을 이루어낼지 불신하고 있다.
특히 군부는 『수하르토를 법정에 세울 경우 군부내에 커다란 갈등이 일 것』이라고 경고까지 하고 있다. 의회가 의석수를 반으로 줄이는 정치개혁법안을 승인, 6월7일 40년만에 처음으로 자유민주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구정권 세력과 군이 결과에 승복할 지는 미지수다.
38개 부실은행 폐쇄등 13일 단행된 강력한 경제개혁조치 역시 정치적 혼란 등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국내총생산(GDP)은 13.5% 줄었고, 소비자 물가는 80%나 치솟아 성장률이 마이너스 14%에 이르렀다. 특히 실업자 수가 1,500만명을 넘어 서 범죄가 폭증하고 있다. 때문에 경제의 주축인 화인(華人·중국계 주민) 상당수가 이미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등으로 빠져나가 자본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종교분쟁 및 분리독립운동
1월중순 이슬람교도 승객과 기독교도 운전사의 사소한 언쟁으로부터 촉발된 북동부 말루쿠주의 종교분쟁은「살육전」으로 치닫고 있다. 주도인 암본은 이슬람교가 90%이상인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가 다수를 차지하는 특이 지역. 양측의 충돌로 이미 200명이상이 숨졌으며, 이슬람 단체들은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사태는 자카르타등 타지역으로 확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급기야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14일 『폭력을 중단하고 조화의 길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가 76년 강점, 독립투쟁 과정에서 20여만명이 사망한 동티모르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인니 정부가 독립허용을 시사한뒤 유엔과 호주,포르투갈 등 관련국들이 8월께 자치제 도입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다수인 가톨릭계 독립파와 소수인 이슬람계 자치파간의 대립이 심각해 분쟁의 파고가 높아지자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킬 계획을 발표했다.
북수마트라섬의 이리안 자야, 자바시 동쪽의 족자카르타, 수마트라의 아체, 보루네오등도 분리독립운동의 몸살을 앓고 있다. 515개의 언어, 240개의 종족,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과거 수하르토의 강권통치로 유지돼 왔으나 이제 힘의 공백이 빚는 무질서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이동준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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