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8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육순의 J모(64)씨는 요즘 친구들로 부터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IMF 한파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살림 때문에 용돈을 타내려면 이 눈치 저 눈치 살펴야하는 대부분의 동년배들과 달리, 정씨는 며느리 ·손자들에게 가끔씩 선심을 쓸 정도로 돈에 관한한 전혀 구애를 받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용돈은 물론 가족의 생활비까지 감당할 수 있는 「노인」 개인택시기사들은 온 나라를 강타중인 경제난에 아랑곳 없이 요즘 한창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정의 칼날을 맞을 염려가 전혀 없는 진짜 「평생직장」 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 「영업」에 나설 수 있고, 근 무시간도 개인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개인택시는 또 96년 5월이후 신규면허가 중단됨에 따라 대당 4,000만~ 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등 면허 자체로써 큰 쟤산 가치를 지니고 있다. 팔려고만 하면 사려는 사람은 언제든 줄 서 있고, 회사택시 3년 무사고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자녀에게는 상속도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시에는 개인택시면허를 요청하는 민원이 2,000건을 넘고 있다.
서울시가 「택시 과포화」를 이유로 신규면허를 중단했음에도 면허를 내달라는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한달 평균 230건의 양도·양수가 이뤄지는 등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현재 서울에서 활동중인 60세이상 개인택시 기사는 4,292명. 전체 택시기사 (4만6,386)의 9.2%에 불과하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30~39세가 5,370명이 고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중 70세이상은 209명, 80세이상도 2명이나 있다.
이들의 한달 수입은 영업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쉬엄쉬엄 일해도 75만~90만원 정도는 번다. 서울시 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개인택시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150만원 정도』라며 『60세이상 기사들도 평균의 50~60%정도는 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 최고령 개인택시기사인 K모(82)씨는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핸들대를 놓으면 금방 늙는다는 주위의 만류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며 「부러운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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