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강지킴이로 유례없는 동참행렬 -『우리에게 아름다운 동강을 물려주세요』
서울 중곡초등학교 2학년 보윤(12)이가 보낸 「노란 손수건」에는 『희귀 새와 물고기들의 고향을 지켜달라』는 글씨가 울먹임처럼 담겨있다.
환경운동연합 앞마당에는 동강댐 백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보낸 「생명의 빛깔, 노란 손수건」 수백장이 봄볕 아래 깃발처럼 펄럭인다. 부모의 손을 잡고 동강 답사를 다녀온 목포 상동초등학교 4학년 이 산(李 山)·강(江)군 형제는 돼지저금통까지 털어 동강살리기 후원금을 보탰다.
소설가 박완서(朴婉緖)씨는 『동강(東江)은 동강나지 않고 영원한 동강(動江)이어야 한다』며 동료 문학인 207명과 함께 「동강 지킴이」로 나섰다. 국회의원 이석현(李錫鉉·국민회의)씨도 의사당에서 댐 건설 반대의 목청을 높였다.
『생태계의 보고(寶庫), 정선아리랑의 모태, 천혜의 비경인 동강을 살리자』는 외침에는 산골학교 고사리손에서부터 종교인 정치인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이다.
강원 영월 산간을 굽이굽이 흘러도는 동강을 수장(水葬)시켜서는 안된다는 뜨거운 울림이다. 정부의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이처럼 거센 반대 여론이 몰아친 것은 일찍이 없었다.
환경운동연합과 우이령보존회 동강포럼 녹색연합 등 환경·시민단체들은 동강 영월댐 건설계획이 표면화된 97년 10월부터 동강 살리기 운동을 강도높게 펼치고 있다. 환경련은 지난해 12월 한강에서 가진 「뗏목시위」를 비롯, 지금까지 수십차례 동강 현지와 서울을 오가며 댐건설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댐 건설의 부당성과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는 토론회도 열었다. 동강의 비경과 동굴, 생태계의 우수성을 알리는 엽서판매와 사진전에는 연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에 손을 잡고 트레킹과 래프팅을 통해 동강의 아름다움과 귀중함을 눈과 발로 체험한 사람들도 헤아릴 수없다. 동강 댐건설 백지화 서명에는 한국걸스카우트연맹 등 3만여명이 동참했고 동강에 내걸릴 생명의 빛깔 「노란손수건」과 「동강 지킴이」등록 행렬에는 1만여명이 줄을 잇고 있다.
환경련 생태조사팀 이지현(27)간사는 『동강을 알고싶다는 격려전화와 편지, 성금 등 국민의 호응이 쇄도한다』며 『동강 어라연(魚羅淵)의 물길이 100만명의 울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천주교와 조계종 등 종교계도 동강 살리기에 합류했다. 15일 강원 영월읍 영월성당에서는 천주교 원주대교구 사제단과 주민등 500여명이 모여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환경생태계 보존과 영월댐 백지화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전국의 댐전문가, 환경전문가들은 「동강자연보존 연구포럼」을 만들고 매달 만나 댐 건설의 부당성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환경부 전문위원인 한상훈 박사와 동굴학회 석동일씨 등은 현지 주민들로 구성된 「영월댐 백지화 투쟁위원회」와 행동을 같이하면서 『석회암층과 동굴이 많아 지층이 매우 불안정한 곳에 댐이 들어설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과「농심마니」(산삼심기로 우리 땅의 원기를 회복하려는 모임)회원들도 『수십 종의 야생 동·식물과 천연기념물이 살아있는 뗏목문화의 발상지가 한순간 잘못으로 수장된다면 후손들 볼 면목이 없다』며 동강예술제와 퍼포먼스 등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15일 동강댐 건설계획의 백지화를 촉구하는 공문을 건교부에 보낸 환경단체들은 21일까지 백지화 답변이 없을 경우 서울과 현지 등에서 몸으로 동강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동강은 오래도록 흘러왔던 것처럼 영원히 흐를 권리가 있고 동강 주변의 신비로운 동굴 또한 신비를 자아낼 권리가 있다』며 『생명의 어머니인 강을 더이상 죽이지 말라』고 촉구하는 시민들의 호소는 이제 국민적 관심사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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