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앞길을 조심하세요』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도로. 낙원상가로 꺾어지는 우회전길 앞 횡단보도에 정지신호를 받은 택시가 브레이크를 밟는다. 대개 정지선을 넘기 일쑤. 이와 동시에 노숙자로 보이는 40대 남자가 택시에 뛰어들며 차체 앞부분을 짚은 채 비명을 지른다. 하루에도 3,4차례씩 빚어지는 「용돈벌이 자해공갈」현장이다.
「탑골공원의 자해공갈」은 한때 기승을 부렸던 자해공갈단의 수법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부상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전문 자해공갈단이 초보 자가운전자를 대상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데 반해 노숙자들은 교통사고에 관한 「전문가」인 택시기사들을 타깃으로 하루 용돈정도를 노린다.
최근 피해를 당한 개인택시 기사 김모(48)씨는 『자작극이라는 걸 뻔히 알지만 고함을 지르며 엄살을 부리는데 어떡하냐』며 『경찰에 신고해 조사를 받게되면 하루를 공치기 때문에 연락처와 함께 3,4만원 쥐어주고 무마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강모(38)씨는 『택시기사들사이에는 이미 탑골공원앞길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밝혔다.
관할 경찰서도 이같은 사정을 알지만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이같은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탑골공원 일대 교통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해자들이 주로 택시기사여서 신고를 기피하는데다 사안이 경미해 사고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할 경우 사고현장을 직접 포착했더라도 입건조사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김홍준기자 hongal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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