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12일 하루동안 국민연금의 확대실시 문제를 놓고 혼선을 거듭했다.강행과 연기, 그리고 다시 강행쪽으로 방향을 트는 국민연금 사업에는 공동정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응축돼 있다.
◇당정회의= 여권은 이날 김종필(金鍾泌)총리 주재로 열린 1차 고위당정 정책조정회의에서 철저한 보완책 마련 후 국민연금을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확대 실시한다는 입장을 일단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 양당은 회의 결과를 놓고 미묘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먼저 자민련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고 준비한 대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시행될 것』이라고 「결론」을 전했다. 곧이어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은 『오늘 회의에서는 김모임(金慕妊)보건복지장관의 보고만 있었고 토론은 없었다』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 모두 내부적으론 여론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말해 번복의 여지를 남겼다.
◇국민회의의 연기론=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복지부의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확대실시를 반대하는 국민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연기론」을 공식 제기했다. 김의장은 『연기를 할 경우 1년은 늦춰야 하지 않겠느냐』며 16대총선이후 실시를 주장하면서 『초기단계의 실수 때문에 국민연금제 확대가 정치논리에 빠지게 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회의의 이같은 방침은 국민연금문제가 정치쟁점화하면서 수도권재·보선 및 16대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김의장은 김총리에게 『개인적인 견해가 와전된 것』이라고 사과했다고 정대변인은 전했다.
◇김총리와 청와대= 김총리는 이날 김보건복지장관에게 『국민연금제 확대를 위해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오효진(吳 交+力鎭)공보실장은 『김총리는 누구로부터도 실시를 연기해야한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으며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문제는 자민련 몫인 김장관의 진퇴, 나아가서는 김총리의 책임문제로 이어지는 권력게임의 양상도 보이고 있다.
청와대측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부담을 느낀다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최종 결정은 김총리가 내릴 것』이라고 책임을 미뤄놓은 상태다. 이에따라 국민연금 정책을 둘러싼 여권의 의사결정과정은 우여곡절이 계속될 것 같다.
/유승우기자 swyo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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