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는 크게 술렁거렸다. 오후장 들어 다우존스 공업평균 주가지수가 9,900벽을 무너뜨리면서 10,000 시대 개막을 눈앞에 두게된 때문이다. 다우존스 지수는 미 경제, 나아가 세계경제의 바로미터 격이다.1896년 찰스 다우에 의해 지수가 첫 도입된 이래 103년만에 증시의 새 역사가 쓰이는 현장이 될 것인지를 두고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날 다우 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결국 장중 최고치에서 약간 떨어진 9897.44 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해들어서도 활황이 꺾일줄 모르는 폭발적인 장세에 비춰 10,000 포인트 돌파는 이제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다.
겁없이 치솟는 미 주가 상승의 배경은 역시 든든한 미 경제의 펀더멘털 때문이다. 경제의 성장기조가 평화시 최장기인 96개월째 이어지는 이른바 「경제의 르네상스」기. 세계 금융위기가 최악에 달했던 지난해 4/4분기에도 6.1%의 초고속 성장을 이뤘던 미 경제의 저력앞에 불황의 흔적은 눈씻고 찾아도 안보인다.
더욱이 장기호황의 부작용도 아직은 전무한 형편이다. 2월중 실업률은 전달에 비해 0.1% 상승한 4.4%를 기록했지만 「좋았던」 60년대에 버금가는 낮은 수준이다. 가장 우려되는 인플레율도 지난해에 이어 1%대로 안정돼 있다.
반면 11일 상무부가 발표한 소비자 판매량은 0.9% 신장. 내수도 여전히 활기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경기부침론으로 설명되는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론이 소멸하고 성장일변으로 치닫는 이상적인 경제기조가 미국의 요즘이다.
여기에 금융 불안지역을 빠져나온 국제 유동자금이 「안전금고」인 미국으로 몰려 다우의 10,000 진입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 됐다. 월가의 증시전문가중 대표적 비관론자인 프루덴셜 증권의 랠프 아캄포 조차 다우지수가 7,8월께면 11,500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 증시가 신기원 개막을 목전에 두었다고 해서 흥분 일색만은 아니다. 기대가 큰 만큼 전인미답의 경지에 들어선다는 두려움도 뒤섞여 있다. 무엇보다도 걱정은 거품에 대한 우려이다.
특히 주가상승을 주도하는 첨단기술관련주가 자산가치를 뛰어 넘어 형성됐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경기 과열을 차단하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변수다.
또한 수출시장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부진과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무역수지 적자는 미 증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들이다. 전문가들은 다우의 10,000 진입은 무난하지만 이후 희망과 압박요인이 교차하는 조정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윤석민특파원 yunsuk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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