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의 전당대회를 정치개혁 이후로 미루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는 정치개혁을 통한 정치권의 「새판짜기」를 선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는 익히 알려진 바다. 다만 전당대회 연기로까지 나아갈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여러가지 함축적인 의미가 있다. 우선 대화정치의 복원을 주저하면서 정치개혁에 관한한 「나 몰라라」수준에 머물고 있는 야당에 협상촉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에는 야당이 끝내 정치개혁에 비협조적일 경우 국민여론에 직접 호소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와함께 내각제만을 외치며 다른 정치현안에 상대적으로 소홀함을 보이고 있는 자민련에 대해 자세변화를 촉구한 의미도 있다.이같은 명분축적이외에 16대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선 현실적인 정치일정을 보다 명확히 가시화할 필요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당과 청와대의 관계자들은 『정치개혁을 계속 미루면 다른 정치일정도 혼미해 질 수 밖에 없다』면서 정치개혁이 16대 총선으로 가는 길목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치개혁을 통해 정치권의 기본틀이 확정돼야 국민회의의 전열정비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정치개혁을 전후해, 또는 정치개혁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정계개편이 일어나는 상황도 여권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같다. 정치개혁이 국민회의의 인적구성에 변화를 가져 올 경우, 전당대회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도 국민회의가 정치개혁을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국민회의가 목표하는 시한인 8월이내에 정치개혁 협상 타결에 실패할 경우, 단독처리 등 비상한 조치를 강구하느냐의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태성기자 tsgo@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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