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은 12일 아주 이례적인 언급을 했다. 바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어제 「임기말 내각제개헌」을 주장한 국민회의 설훈(薛勳)기조위원장에 주의를 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김수석이 동교동계인 설위원장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질책 사실을 공개한 이유는 김대통령이 그만큼 내각제문제에 정교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달리 말해, 여권 핵심부가 전선(前線)을 확대하지 않고 정치개혁 한 곳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아슬아슬하게 「상반기중 내각제 논의 유보」를 기정사실화한 마당에 다시 내각제 논란이 불거져서는 정치개혁도, 내각제도 모두 꼬이게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지금 내각제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치개혁 일정을 혼돈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정치개혁은 그 자체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각제 논의유보와 정치개혁 완료는 여권이 힘을 비축해 내년 총선에 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선거구제 등이 확정되면, 여권은 이를 토대로 내년 총선에 대비한 인재발굴, 정책개발, 명분확산 등 그랜드플랜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입법 완료 후에는 공동여당간 연합공천, 역할분담이 논의될 수 있고 이 협상이 원만히 매듭되면, 내각제 문제도 의외로 쉽게 풀릴 수있다는 게 여권의 생각이다.
따라서 지금 다른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은 여권 핵심부의 큰 정치구상을 흐트러뜨리는 해악이라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내년 총선은 새로운 200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변화 속에서 치러질 것』이라며 『내각제 사견 흘리기 등의 잔수가 아닌 큰 포석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영성기자 leeys@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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