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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파일] 쉬리 하나만으로 스크린쿼터 채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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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파일] 쉬리 하나만으로 스크린쿼터 채워서야

입력
1999.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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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상으로는 그렇다. 「쉬리」돌풍이 5월말까지 이어지면. 2월 13일 개봉했으니 상영일수는 107일이 된다. 서울시에 개봉 상영관은 65개. 그 중「쉬리」가 35개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괜찮다는 극장들이다.현재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106일. 원래 146일이지만 96년부터 성수기(설연휴나 방학)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면 덤으로 20일을 빼준다. 또 93년부터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재량으로 20일을 빼주고 있다.

그러니 절반이 넘는 극장들이 「쉬리」하나로 스크린쿼터를 채울 수 있게 됐다. 기세가 다소 수그러들고 있긴 하지만 서울에서 여전히 「대박」이라고 말하는 영화의 주말관객보다 많은 3만명이 평일에 몰리고 있으니.

「쉬리」가 끝나면 극장들은 편하게 외화를 상영할 것이다. 억지 춘향으로 한국영화를 걸 필요가 없다. 이제 한국영화가 다시 극장에 걸릴 수 있는 경우는 세가지 뿐이다. 다시 「쉬리」같은 영화가 나오든가, 극장주들이 한국영화와 관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선심」을 쓰거나, 장관이 20일을 다시 돌려주거나.

그러나 어느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이재수란」 「자귀모」같은 색다르고 20억원 이상 쏟아부은 작품이 있긴 하지만, 늘 블록버스터나 대작으로 도박만 할 수는 없다. 그것만으로 한국영화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극장들의 양심을 믿으라고? 지난 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도 전국 71개관이 스크린쿼터를 지키지 않았고, 71개관이 평일에는 한국영화, 주말에는 외화를 상영했는데. 설령 한국영화를 걸더라도 손님이 적으면 일주일만에 간판을 내릴 것이 뻔하다. 더구나 직배사들의 압력에 버틸 극장이 몇이나 될까.

마지막 희망은 장관의 20일 환원. 9일 열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총회에서도 『원래 있는 20일을 늘리면 된다』라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런 예가 없었다. 미국의 눈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영화 경쟁력이 이렇게 강한데 무슨 스크린쿼터제냐』고 역공을 당하기 십상. 그래서 올해 한국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불안하다.

「쉬리」열풍이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발전에 꼭 도움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걱정도 나온다. 그러면서 『행복한 고민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정말 그랬으면.

/이대현 기자 leedh@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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