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과연 정치를 재개할까?』 이 물음은 우문(愚問)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김전대통령은 이미 정치를 다시 시작했다. 상도동으로 의원들을 뻔질나게 불러들이는 것이 그렇고, 사사건건 현 정권에 시비거는 것이 그렇다. 질문은 그러므로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권토중래하겠다는 것인가?』김전대통령의 최근 언행은 이 대답의 일단을 내포하고 있다. YS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기자회견(2일)이후 노골적으로 이총재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4일 범민주계의 상도동만찬 때 이런 말을 했다. 『한나라당이 국민여론을 잘 수렴해서 반영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야당이 제대로 하면 내가 왜 기자회견을 하겠느냐』
총재회담 수용 등 이총재의 「유화적」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불만토로이자, 「나라면 그런 식으로 야당하지 않는다」는 깎아내리기였다. 『김전대통령은 당에 대한 애정과 이총재의 지도노선에 대한 지지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당내에서 힘을 합치라」고 당부해왔으나 회견이후에는 일체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한 민주계 의원의 전언도 결국은 같은 얘기다.
YS 복화술(腹話術)에 깔린 또다른 의미는 『최소한 부산·경남(PK)은 내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한 민주계 인사는 『PK의원들을 대하는 YS의 태도를 보면 「내가 공천준 사람은 내 새끼」라는 생각을 아직도 갖고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YS가 내년 16대 총선의 PK공천권에 눈길을 두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YS가 이총재와 선긋기를 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영토지키기」의 의지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YS가 여권이 추진하는 정당명부제에 대해 『제2의 유신이자 유정회의 부활』이라고 펄펄 뛰는 것 역시 여권의 PK틈입을 허용치 않겠다는 말뚝박기라는 풀이다. 헛된 미망(迷妄)이건 근거있는 욕심이건 YS는 PK를 근거지로 한 수렴청정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홍희곤기자 hghong@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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