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民)은 관(官)으로, 관은 민으로…」 토착세력 위주의 인사관행에 길들여져 온 정부와 민간기업 간에 「브레인 대이동」이 시작됐다.최근 들어 고시출신 관료가 재벌기업 계열사로 잇따라 옮겨 오는 가 하면, 민간기업 출신이 정부 주요직을 차고 앉는 자리바꿈이 잇따라 민과 관 간의 상호 인력수혈을 통한 조직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고급관료 재벌그룹행 봇물 지난달 초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서기관에서 삼성증권 기획팀장(이사급)으로 옷을 바꿔 입은 이형승(李炯昇·37·행시 29회)씨.
그는 요즘 생소한 증권업무를 파악하느라 눈 코 뜰 새가 없지만 후회는 없다. 재경부에서 터득한 경제전반을 보는 시각을 토대로 실물경제를 익히면 자신은 물론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뿐 만 아니라 현직과장으로는 이례적으로 8일 전격 사표를 냈던 재경부 지역경제과 주우식(朱尤湜·41)과장도 곧 재벌그룹 계열사에 영입될 예정이다.
주과장이외에 재경부와 산업자원부 등에서 2~3명의 서기관급 관료들이 민간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관료들의 이동은 정부조직개편과 인원감축에 따른 불안감이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민간부문에 대한 진출 욕구가 높아진 것이 더 큰 요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관의 인사경계선이 무너진다 영자일간지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말 재경부 외신대변인(국장급)으로 옮긴 강연선(姜硏先·36·여)씨는 이미 촉망받는 공직자로 변신했다.
공직업무가 낯설고 외국언론을 상대하느라 어려움이 있지만, 수석경제부처의 얼굴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산자부의 외신대변인도 언론계출신 여성이 맡고 있다.
정부는 고위공직의 30%까지 외부인력으로 충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어 민간의 공직진출은 앞으로 더욱 활발할 전망이다.
민간의 「공직자 모시기」는 이미 대세다. 삼성그룹은 올초 사법고시출신 7명을 채용한데 이어, 현대와 LG 그룹도 고위관료 영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재계의 총본산인 전경련에는 1일자로 산업자원부 국장 출신 인사 2명이 영입돼 요직을 맡는 등 민과 관의 브레인이동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전경련 이용환(李龍煥)상무는 『기획예산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가 이미 민간출신을 대거 영입했으면서도 순항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민과 관의 인사교류는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동영기자 dy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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