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대만을 거쳐 김포공항으로 도착하기 2시간전인 8일 오후 6시께 홍순영외교통상장관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한미간 대북정책에 관한 이견은 없다』고 단언했다.지난 주말 페리조정관팀이 곧 출판될 저서 「예방적 방위」의 후기부분에서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심각한 이견을 표명했다는 국내외 보도로 당혹해하던 외교부 분위기에 비추어 홍장관의 이같은 자신있는 언급은 의외였다.
그러나 이날 공항에 도착한 페리조정관은 제2귀빈실에서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대사 등을 만난 후 미리 준비해온 A4용지 1장 분량의 「도착성명」을 낭독했다. 성명내용은「한미간에는 대북정책에 관해 이견이 없으며 앞으로도 완벽한 조율을 거친 후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것. 지난 주말부터 불거졌던 한미간 불협화음이 일단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이 성명이 나오기까지 사흘간 양국간에는 긴박한 외교적 접촉이 이뤄졌다. 우리 정부는 6일 미 국무부를 통해 페리조정관이 저서에서 지적한 부분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미측도 중국에 체류중인 페리조정관과 연락, 일단 총론에는 이의가 없음을 알려왔다.
정부는 이 내용을 즉시 언론에 공표했으나 한미공조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계속됐다. 그래서 다시 미측과 추가로 접촉, 페리조정관의 공항성명발표라는 「이벤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성명초안이 나온 것은 8일 오후4시께. 홍장관이 기자들을 만났을 때는 이미 이 초안을 본 뒤였다. 페리조정관의 공항성명은 모처럼 완벽하게 이루어진 「한미 공조」였다.
/윤승용기자 syyoo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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