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행정 조직 구조조정 시안을 발표했다. 문화부문은 「슬림화」강도는 낮았지만, 일부 국립문화기관의 「책임운영기관화」시안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각 기관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국립중앙도서관 : 책임운영기관화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한 국가의 지식생산물 유통센터가 바로 중앙도서관』이라며 『선진국 중앙도서관은 예외없이 국립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도서관은 적어도 모든 출판물을 가치와 상관없이 소장해야 「지식 기반 시설」이라는 본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데 이를 효율 측면에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가 문화 중추 인프라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고 계량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다』는 지적이다.
▦국립국어연구원 : 기획예산위는 현재 국립기관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책임운영기관으로 바꾸는 시안을 내놓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책임운영기관화는 국가어문정책을 이끌며 수익도 올리라는 얘기』라며 『연구원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글과 문화는 그 나라 문화 생산자이자 사상과 혼을 담는 그릇. 연구원은 국립으로 운영돼야하고 연구원장의 행정 행위는 통치권자의 「국정행위」처럼 소신과 철학이 존중돼야 한다는 게 국어학계 지적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 책임운영기관화 및 민영화에 반발하고 있다. 『예술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8일 전체교수회 이름으로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항의의 표시로 이날 오후 수업을 휴강한 채 전체교수 87명 중 86명이 검은 옷차림으로 정부조직개편 공청회에 참석했다.
반면 문화계의 한 원로는 『그동안 학사운영이 방만했고 관료조직 아래 시집살이 신세를 면치못했다』며 『자율성 확보 측면에서 책임운영기관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교육, 특히 예술교육은 21세기에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므로 국가의 지원은 계속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오미환기자 mhoh@ 서사봉기자 sesi@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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