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辛格浩)회장 부친유골 도굴사건이 부장품(副葬品)을 노린 어처구니없는 동기에서 시작된 것임이 밝혀지면서 그간의 의혹들도 「우습게」 풀렸다. 수사과정에서 가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은 「왜 하필이면 신회장측을 노렸나」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 의문은 『신회장 부친 묘에 금은보화가 많이 들어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주범 정금용(鄭金溶)씨의 진술로 전혀 예상치못한 방향에서 풀렸다. 또 협박전화가 「전라도 목소리」라는데서 불거져 나온 「제3의 배후인물」의혹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정씨인 것으로 확인돼 맥이 빠졌다.범행도 치밀했을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모의 단계에서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고 즉흥적이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신회장 관련 책을 보고 예전에 들은 소문을 떠올린게 범행의 결정적 계기였다. 이어 범인들은 책을 구입한지 불과 반나절만인 다음달 바로 현장답사를 마치고 그 이틀뒤 삽과 곡괭이를 들고가 묘를 파헤쳤다. 소문처럼 묘 속에 보석이 과연 있는지, 더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순식간에 범행을 계획하고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게 실천에 옮겼다.
막상 묘를 파보니 보석이 없자 이번엔 즉석에서 「협박」을 떠올렸고 유골을 비닐봉투에 싸와 건물 옥상의 폐오락기계안에 대충 보관했다. 협박전화를 걸어 8억원을 요구한데 대해서도 정씨는 『나도 모르게 8억원이란 말이 튀어나왔다』고 말해 수사관들이 혀를 차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초기에 원한관계설 등으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너무 쉽게 풀린 감이 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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