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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백년가약] "형도 하늘에서 축하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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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백년가약] "형도 하늘에서 축하해줘"

입력
1999.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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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눈자위는 붉었다. 수많은 소녀팬들의 아쉬움속에 결혼식장에 들어선 한국 최고의 배구스타 신진식(26·삼성화재). 미소가 떠나지 않던 그의 눈매는 장가가는 7일, 유난히 붉었다.식장에 들어가기 앞서 그의 눈은 아버지를 찾아 하객들 사이를 헤맸다. 혼주로서 마땅히 그의 옆에 서있어야 할 아버지는 이날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정모르는 사람에게「세상 사람이 아니다」고 했던 그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신진식이 이혼이란 말조차 모를 나이에 식구들을 버렸다. 전주의 사글세방 하나와 모진 가난을 가족들에게 안기고서였다. 어머니는 식당 주방일로 3남1녀를 키워냈다.

「애비없는 자식」에 가난한 집의 말썽꾸러기 막내. 다섯살 나던해 그는 입양아로 한국땅을 등질뻔했다.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가난이 강요한 최후방편이었다. 수속을 밟으러 가기전날 누나는 잠자는 막내를 깨워 말했다.『엄마가 어디가자고 하면 무조건 따라가지마』 그렇게 생이별을 면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4년부터 배구를 시작한 신진식에게 버스길 통학은 고통이었다. 고된 훈련에 앉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졌지만 손에는 달랑 왕복 차비 120원뿐. 그래서 종점에서 집까지 걸어 오기를 몇차례. 어머니는 눈물과 함께 막내에게 말했다. 『버스 타면 앉지말고 서서 오너라』 그렇게 어려웠다.

이리 남성고 1학년때였다. 선배들에 가려 벤치를 전전, 배구를 포기할 마음을 먹었던 신직식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여름방학. 집안의 기둥 열살 터울 큰형이 사고로 세상을 떴다. 막내에게 유난히 살가운 정으로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준 형이었다. 도대체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모를 일이었다. 그 다음해, 진식은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손맛이 배구공을 타고 흘러들어옴을 느꼈다. 청소년대표로 뽑혔다. 배구를 잘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리고 퍼뜩 머리에 떠오른 생각 하나. 「형이 도와주고 있구나」그후 순탄대로였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삼성화재에 입단, 「한국최고의 공격수」라는 칭호의 주인공이 됐다. 99년 2년연속 슈퍼리그 MVP의 주인공이 된 신진식은 단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의 노력도 있었지만 하늘에서 형이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대학때 만난 신부 권세진과 가정을 꾸린 신진식은 신부에게조차 가슴아픈 시절을 다 털어놓지 못했다. 말로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아버지와도 화해하려한다. 불행의 구렁텅이에 자신과 식구들을 밀어넣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라는 누나의 말때문이다.

이동훈기자 dhlee@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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