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민간기업은 아직도 정크(투자부적격 채권)…」 세계3대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영국의 피치IBCA가 우리나라 국가신용(장기외화표시채권)등급을 투자부적격에서 적격(1월19일)으로 올린 지 한달 여. 그러나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투자부적격에 묶여 대외신인도는 물론 외자유치에 목줄이 조이고 있다.이들 기업은 언제쯤 정크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국제금융전문가들은 『가시적인 구조조정성과가 없는 한 단기간에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기업들의 구조조정행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용등급 오른 민간기업 없어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IBCA는 외국인투자자들을 위해 국가(정부)와 지자체, 국책은행, 시중은행 외에 주요기업들의 신용등급도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올들어 일제히 신용평가기관의 투자적격판정을 받았다. 국책은행에 이어 한미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투자적격으로 올라서는 등 은행 신용등급도 상승일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대우 등 대표기업들은 아직도 투자부적격의 낙인이 찍혀 있다. LG경제연구원이 7일 S&P사의 재무비율 평가기준을 이용해 465개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등급을 평가한 결과 투자부적격인 「BB」이하의 기업이 288개사로 전체의 61.9%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기업신용도는 여전히 낙제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중에는 한전과 한국통신이 S&P와 무디스의 투자적격판정을 받았으나 「시장독점과 정부와의 강력한 관계」가 주된 요인일 뿐, 자체적인 노력의 결과는 아니다. 민간기업 중에는 SK텔레콤이 유일하게 S&P의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무디스의 평가는 여전히 정크다.
■떨어지긴 쉽지만 올라가긴 무척 어렵다
S&P와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에서 투자적격으로 올린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신용평가기관들은 그만큼 보수적이고 고집스럽다. 국가신용등급과 기업의 신용도는 그들에겐 별개다.
한국경제는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300만명이상을 실업의 고통으로 내몰며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그 결과, 대외신인도 회복은 물론 외자도입에 물꼬가 트이고 차입금리도 내려가는 가시적인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개별기업들이 그 만큼의 심도있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는 지는 의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정보 오광희(吳侊 衣+喜)이사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확실한 결과물이 없으면 등급을 상향조정하지 않는다』며 『특히 S&P 등은 재벌개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어 이 부문이 마무리되지 않는 한 당분간 등급상향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영기자 dykim@hankook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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