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동해안 여행 중 삼척시의 시멘트공장을 참관했다. 자동차가 공단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이미 30년 동안이나 기계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68년 문화대혁명이 시작될 당시 나는 상하이(上海)의 제철공장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내 업무는 벽돌제조공장에서 원료배합기계를 조작하는 것이었는데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음속에서 일하며 매일 시커먼 아스팔트 찌꺼기를 온 몸에 묻힌 채 퇴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하지만 삼척의 시멘트공장은 이러한 내 기억과는 전혀 달랐다. 채굴에서 제조까지 공정이 진행되는 시멘트공장의 주변은 당연히 잿빛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탄광에서 작업장에 이르기까지 너무 깨끗해 나를 경악케 하였다. 산에 둘러싸여 있고 앞쪽에는 넓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는데, 이전까지는 이처럼 아름다운 환경이 시멘트공장과 어우러져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작년 이 공장은 환경보호의 노력을 인정받아 환경친화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한다. 이같은 환경보호 노력은 시멘트의 제작공정보다도 더 나의 흥미를 끌었다.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시멘트공장의 건설과 환경보호는 늘상 첨예하게 대립되는 모순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다른 일이 연상되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식당에서 1회용이 아닌 쇠젓가락으로 식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었다. 중국식당에서는 대개 1회용 젓가락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자원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한국친구들의 설명에 중국의 현실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던 적이 있다. 1회용 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중국의 산림이 황폐해져가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모두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지불해야 하는 대가쯤으로 생각했다. 비록 쇠젓가락이 불편하지만 환경보호의 차원에서 볼 때 진정한 현대문명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시멘트공장의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이 지금 중국에 적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식당에서 1회용 젓가락을 추방시키는 것은 실천 가능한 일이다. 중국에 돌아가면 꼭 실천을 호소해야겠다.
천스허 서남재단 초빙교수·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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